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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 아들, 언제쯤 학교 다시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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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 아들, 언제쯤 학교 다시 갈까요”

입력
2017.11.27 20: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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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사고로 학교생활 힘들어

교육청 특수교육실무사 도움 받아

올해 초 전학 후 지원 끊기자

학교ㆍ신문고 등에 재배치 호소

전에 다니던 학교로 돌아왔지만 마찬가지

어쩔 수 없이 열흘 넘게 학교 못 가

“장애학생 교육, 부모에 책임 지워”

시각장애1급 정은우군이 특수교육실무사의 지원을 받지 못해 쉬는 시간 홀로 앉아 자리를 지키는 모습. 이소현씨 제공
시각장애1급 정은우군이 특수교육실무사의 지원을 받지 못해 쉬는 시간 홀로 앉아 자리를 지키는 모습. 이소현씨 제공

“엄마, 학교 친구들이 그리워요, 언제쯤 학교에 갈 수 있을까요?”

서울 종로구 푸르메재활센터에서 27일 만난 초등학교 4학년 정은우(11)군의 질문에 어머니 이소현(45)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시각장애 1급과 뇌병변 2급인 정군은 혼자 수업을 들을 수 없어 특수교육실무사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지금은 혼자다. “교과서 몇 쪽을 펴야 하는지도 몰라요. 수업에 혼자 있으면 너무 답답하고 불편해요”라는 정군은 “친구들이랑 어울리지도 못하고 숙제도 제대로 못한다”고 떠듬떠듬 말했다.

정군이 장애를 얻은 건 4년 전. 한 야외수영장에 물에 빠지면서부터다. 목숨을 잃을 뻔 했다가 다행히 구조됐지만, 열흘 동안 의식을 잃었다. 의식 회복 후 시력을 거의 잃었고, 뇌병변으로 대화나 이동 등 일상생활이 불편해졌다. 이씨는 “그 때 이후로 누군가 옆에 있어줘야만 해요”라고 했다.

학교에서는 더 그렇다. 부모가 옆에서 도와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 그래서 중증 장애학생 학습을 돕기 위해 교육청에서 파견하는 특수교육실무사들이 그 일을 맡는다. 지난해까지 정군도 성동구 용답초등학교에서 특수교육실무사에게 일대일 도움을 받아왔다. 계단을 올라야 하는 이동수업 시간, 화장실을 다녀와야 하는 쉬는 시간, 급식실에서의 점심 시간 모두 그랬다. 정군은 “친구들은 도우미 선생님처럼 도와줄 수가 없다”며 “엄마가 오지 않는다면 그냥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는 거죠”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군이 올해 3월 광진구 광장초등학교로 전학하면서 벌어졌다. 집안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옮겨 간 그 곳에서는 실무사 도움을 받을 수가 없었다. 매년 2월 배치가 결정되는데, 그 이후에 전학을 왔다는 이유였다. 학교와 교육청, 심지어는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까지 호소했지만 “재배치는 불가능하다”는 답만 돌아왔다. 혹여 지원을 다시 받을 수 있을까 싶어, 또 적응을 하지 못해 용답초등학교로 7월 돌아왔지만, 혼자이긴 마찬가지였다. 내년 2월까지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이씨는 “내년에 지원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다”며 “전학을 갔다는 것 때문에 아무런 도움도 못 받는다는 게 말이 되냐”고 토로했다.

외부 자원봉사자, 장애인활동보조인, 공익근무요원 등의 손길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잦은 교체로 아이에게 상처만 남기거나 그 조차 지원자가 잘 없다. 이씨는 9, 10월 중증장애인에게 지원되는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보조인들은 “월급이 너무 적다”, “일이 너무 힘들다”며 한 달을 넘기지 않고 일을 그만뒀다. 이제는 지원자가 없다. 이씨는 “결국 장애학생을 교육하기 위한 모든 책임이 부모에게 지워져 있다”며 “장애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돕는 특수교육실무사를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대로 아이를 키울 수나 있을지, 제대로 졸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27일로 11일째. 이씨는 “아들이 언제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이소현씨가 아들인 시각장애1급 정은우군의 이동과 식사를 돕기 위해 수업 시간마다 빈 교실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이소현씨 제공
이소현씨가 아들인 시각장애1급 정은우군의 이동과 식사를 돕기 위해 수업 시간마다 빈 교실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이소현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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