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왼쪽), 김현수/사진=한국스포츠경제 DB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빅리그를 향해 야심차게 도전했던 KBO리그 출신 타자들이 속속 유턴하고 있다. 국내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메이저리그 정복은 쉽지 않았다. 설 자리를 잃은 코리안 메이저리거를 통해 국내 프로야구의 씁쓸한 현주소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KBO리그 홈런왕' 출신 박병호(31·넥센)는 27일 전격 국내 복귀를 발표했다. 넥센은 '미네소타와 잔여 계약을 해지한 박병호와 연봉 15억원에 2018시즌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박병호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였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고, 2014시즌 52홈런, 2015시즌 53홈런으로 2년 연속 50홈런도 기록했다. 그런 그가 2015년 말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을 때는 'KBO리그 홈런왕'이 어디까지 올라설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빅리그는 험난했다. 박병호는 데뷔 첫 해 몸쪽 빠른 볼에 약점을 보이면서 고전했다. 결국 그는 62경기 타율 0.191, 12홈런 24타점으로 2016시즌을 마무리했다. 더욱이 올해는 개막 전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된 후 한 번도 빅리그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트리플A에서도 111경기 타율 0.253, 14홈런 60타점으로 다소 평범한 성적에 머물러 구단의 시선을 붙잡는 데 실패했다.
결국 빅리그 정복에 실패한 박병호는 국내로 시선을 돌렸다. 미네소타와 계약기간 4+1년, 총 1,200만 달러에 사인했던 박병호는 2+1년의 계약이 남아 있었다. 2018시즌과 2019시즌 보장 연봉은 300만 달러씩 총 600만 달러다. 여기에 구단이 2020년 재계약하지 않는다면 박병호에게 50만 달러의 바이아웃 금액을 지불해야 했다. 박병호가 2020년까지 미네소타에 소속돼 있었다면 650만 달러(약 70억7,0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박병호는 미네소타 측에 보장된 계약 내용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계약해지를 요청했고, 미네소타가 이를 수용하면서 국내 복귀가 결정됐다.
KBO리그의 화려한 경력이 빅리그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은 건 안타왕 출신 김현수(29·전 두산-필라델피아)도 마찬가지다. 그는 2015년 말 FA(프리 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미국 볼티모어와 계약기간 2년, 700만 달러에 계약을 맺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올 시즌 팀 내 경쟁에서 밀리며 설 자리를 잃은 그는 7월 트레이드로 필라델피아로 이적했다. 올해 성적은 96경기 타율 0.231, 1홈런 14타점에 머물렀다. 올 겨울 다시 FA 자격을 얻었지만 그의 거취는 정해진 게 없다. 국내 FA 시장에선 최대어로 평가 받고 있지만, 김현수를 부를 메이저리그 구단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황재균(30·kt) 역시 녹록치 않은 미국 생활을 경험하다 1년 만에 국내로 돌아왔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스플릿 계약을 한 그는 올해 빅리그에서 18경기 타율 0.154, 1홈런 5타점에 그쳤다. 지난 9월 국내에 돌아온 그는 이 달 중순 kt와 계약기간 4년, 총 88억원에 사인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국내와 메이저리그의 가장 큰 차이는 선수 풀이다. 국내에서는 선수가 부진해도 그 선수가 살아야 팀도 살기 때문에 계속해서 기회를 준다"며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그게 아니다. (KBO리그 출신 타자들이) 완벽히 검증된 선수도 아닐뿐더러 이들을 대체할 선수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송 위원은 "박병호와 김현수는 실력이 부족했다기보다 팀 운이 따르지 않은 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며 “박병호의 경우 영입을 주도했던 테리 라이언 단장이 물러나면서 팀 내 정치적인 상황에 휘말려 기회를 잃었다. 김현수는 볼티모어가 젊은 외야수 트레이 맨시니를 키우려고 기회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희생양이 됐다"고 평가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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