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구간 6800억 규모
시공사가 전과정 책임지는
‘디자인앤빌드’ 방식으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건설되는 복층형 지하고속도로 공사의 일부 구간을 수주했다.
삼성물산은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이 발주한 8억935만 싱가포르달러(약 6,848억원) 규모의 복층형 지하고속도로 공사를 지난 24일 수주했다”고 27일 밝혔다. 최대 왕복 8차선인 싱가포르 남북고속도로 일부 구간(12.3㎞)을 지하화하는 이번 사업에서 삼성물산은 1.25㎞ 구간을 맡게 됐다. 이 지하고속도로와 주변 일반도로를 잇는 네 개의 연결도로(총 길이 3.34㎞), 지하고속도로 내 환기를 책임지는 환기 빌딩도 함께 건설한다. 삼성물산은 이달 중 착공에 들어가 2026년 11월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발주처가 설계를 하고 시공사가 수행하는 일반적인 토목공사가 아니라, 시공사가 전 과정을 책임지는 디자인앤빌드 방식”이라며 “앞서 맡았던 싱가포르 마리나 해안고속도로 지하차도 공사의 기술ㆍ경험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복층형 지하고속도로 공사는 도로 밑에 깔려 있는 각종 전기시설과 배수로 등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진행해야 해 난이도가 상당한 공사로 꼽힌다.
LTA가 디자인앤빌드 방식으로 사회간접자본(SOC) 공사를 발주한 건 마리나 해안고속도로 공사 이후 9년 만이다. 삼성물산은 마리나 해안고속도로 공사에도 참여해 두 개의 지하차도를 건설했으며, 이는 지난해 싱가포르 건설청이 주관한 건설대상 시상식에서 토목 부분 대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도 서울 서초구가 경부고속도로 서울 구간(양재~한남 ICㆍ6.4㎞) 지하화에 힘을 쏟고 있다. 대한국토ㆍ도시계획학회 등 5대 학회에 의뢰해, 3조3,000억원에 달하는 총 공사비는 반포ㆍ서초ㆍ양재IC 부지 매각 등을 통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지난 1월 내놨다.
그러나 해당 도로구간을 관리하는 서울시는 강남북 균형개발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서울은 청년 창업이나 새로운 기술을 시험해 볼 공간이 매우 부족하다”며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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