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여 침묵 중인 북한과 상호 조치 요구
이도훈 한국 측 대표 만나 북핵 해법 논의
북핵 6자회담 러시아 측 수석대표인 이고르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불만을 터뜨렸다. 북한이 도발을 멈췄는데 왜 한미 훈련은 그대로냐는 것이다. 방한 중 기자간담회에서다.
모르굴로프 차관은 이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발다이클럽 주최로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발다이클럽 아시아지역 콘퍼런스’ 중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최근 2개월여 동안 추가 핵ㆍ미사일 도발에 나서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쌍중단(雙中斷ㆍ북한 핵ㆍ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 개념 안에서 행동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가 북핵 문제 해법으로 제시한 로드맵의 첫 단계에 북한은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이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한국과 연합 훈련을 한 사실을 지적하고 “북한이 두 달째 침묵하고 있는데도 미국은 정기 훈련 규모를 줄이기는커녕 기습 훈련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의 침묵에 대한 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국과 동맹국들의 연합 군사훈련 모두 본질적으로 부정적이라고 본다”며 “최소한 미국과 동맹들이 한반도에서 진행하고 있는 정기 훈련 규모 정도는 줄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모르굴로프 차관은 “북한 정권이 지난 2개월 간 자제한 만큼 미국과 동맹들이 상호적 조치를 취한다면 북미 간 직접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측이) 훈련을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러시아는 북한을 설득하는 역할을 하기 힘들 듯하다”고도 했다.
더불어 모르굴로프 차관은 “제재ㆍ압박으로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대화 재개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한국은 대화할 준비가 돼 있고 그럴 의향이 있음을 거듭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2004년 창설된 발다이클럽은 러시아 및 세계 지식인들이 모여 정치ㆍ경제ㆍ사회 현안을 논의하는 회의체로, 러시아판 다보스 포럼이라 불린다. 안드레이 비스트리츠키 클럽 의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전날 방한한 모르굴로프 차관은 이날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도 만나 최근 한반도 정세 평가를 공유하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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