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구상에서 테러 행위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테러를 추적할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권력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26일(현지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대(對)테러이슬람군사동맹(IMCTC)’의 첫 공식회담에서 힘주어 맹세했다. 중도 이슬람 개혁을 추구하는 모하메드 왕세자가 서구에서 사우디에 요구해 온 대로 이슬람 세계 내 대테러투쟁의 선두에 선 셈이지만, 동맹의 핵심 대항세력인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실제 세력이 축소된 현시점에 사우디가 동맹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이란 견제를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24일 이집트 시나이반도 모스크에서 발생한 IS 추종단체의 테러를 규탄하며 극단주의 척결에 적극 나설 것을 선포했다. 수피교 모스크를 향한 조직적인 공격으로 사망자만 300명이 넘은 끔찍한 테러에 전세계의 시선이 쏠린 상황에 모하메드 왕세자의 목소리는 반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IMCTC 자체가 애초 모하메드 왕세자가 2015년 IS를 “이슬람의 명예를 더럽히는 병”으로 지목하면서 발안해 결성한 동맹이었다. 아프리카 서쪽 끝 모리타니에서 동남아시아의 말레이시아에 이르기까지 총 41개국이 참여했다. 탈레반 소탕 작전으로 잔뼈가 굵은 라힐 샤리프 전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이 올해 1월 동맹 총사령관을 맡았다. 샤리프 장군은 이날 “전세계 테러의 70%는 이슬람 세계에서 일어났고 지난 6년간 공격 7만회로 사상자가 20만명이나 된다”며 이슬람세계의 대테러 연대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의 세력이 사실상 무너진 시점에 구태여 사우디 중심의 군사 동맹을 강조하는 것은 결국 이란 봉쇄를 노린 게 아니냐는 시선도 적지 않다. IMCTC는 출범 초부터 사우디가 맹주인 수니파 국가 위주로 결성된 종파주의 동맹이란 비판을 받았다. 이는 시아파 성향이 짙은 오만, 이란과 관계가 나쁘지 않은 아프가니스탄ㆍ파키스탄 등이 참여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핵심인 이란과 이라크는 여전히 동맹에서 배제된 상태다.
사우디와 이란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펼치다 사우디 등 걸프국가로부터 단교 및 봉쇄 조치를 당한 카타르는 IMCTC 회원국임에도 이날 회담에 참석하지 못했다. 압둘라 알살레 IMCTC 사무총장이 “첫 모임이기에 충돌을 방지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조치”라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석연치 않다.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외교장관은 지난주 사우디 주도 동맹이 지역 내 종파 분열을 깊게 할 것이라 우려하며 “이슬람세계는 더 이상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립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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