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권좌에서 물러난 로버트 무가베(93) 짐바브웨 전 대통령이 불명예 퇴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자국에 머무르며 계속해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새 대통령에 취임한 에머슨 음난가그와가 민주적 개혁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26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와 무가베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던 피델리스 무코노리(70) 신부는 “아프리카에서 고령자는 조언을 위해 존재한다“라며 “음난가그와 대통령이 그의 전임자인 무가베에게 정치적 조언을 구할 것이고, 무가베는 국가 원로로서 조언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코노리 신부는 또 무가베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가 해외로 떠날 계획이 없으며 수도 하라레에 있는 기존 자택에 거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가베가 사임 후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무가베 전 대통령의 조카인 레오 무가베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현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있으며, 새로운 삶을 고대하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사치와 권력욕으로 무가베의 실각을 초래한 그레이스는 하라레 인근 지역에 10억달러(약 1조870억원)를 들여 로버트 무가베 대학을 짓는 기존 계획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가베가 사임 조건으로 1,000만달러(약 109억원)를 받기로 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사실이 아니라는 진술이 나왔다. 무코노리 신부는 “그는 짐바브웨의 이익을 위해 사임했다”며 “우리는 그에게 어떤 것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가베 전 대통령은 군부 쿠데타 이후 퇴진운동과 더불어 탄핵 절차가 진행되자 21일 끝내 사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은 24일 짐바브웨의 새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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