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의료기기를 담보로 42억원 상당을 부정 대출받고, 허위 입원 등으로 61억원의 보험금을 챙긴 병원과 브로커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과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부산 모 한방병원 행정원장 손모(59)씨와 대출브로커 이모(49)씨, 모형의료기기 제작업자 한모(49)씨 등 4명을 구속하고, 3개 의료재단 관계자와 환자 등 9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손씨 등은 2015년 1월 부산 서구에 병원을 개원하면서 자금난을 겪게 되자 가짜 의료기기인 속칭 ‘껍데기 의료기기’를 제작해 정상제품인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고, 은행 등으로부터 12억원 상당의 부정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와 한씨는 대출기관이 의료기관에 대한 대출 심사를 부실하게 한다는 점을 악용, 이 한방병원 등 총 4개 의료기관과 공모해 같은 수법으로 총 42억원 상당을 부정 대출 받도록 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대출액의 20~30%에 해당하는 10억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손씨는 또 병원 의사들과 짜고 입원할 필요가 없는 환자 91명을 입원시킨 뒤 처방전 등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21개 보험사로부터 53억5,000만원,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 7억7,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매달 180~300만 원의 기본 병원비를 책정해 이른바 ‘패키지 치료’를 하는가 하면 10%의 환자 본인 부담금이 발생하는 실손보험 적용 진료의 경우 진료비를 그만큼 부풀려 영수증을 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공진단, 경옥고 등 보험적용이 안 되는 한약재를 판매한 뒤 보험처리가 되는 치료를 받은 것으로 차트를 조작하기도 했고, 환자 가족에게 보약을 팔면서 환자에게 치료한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보험사기에 연루된 환자들은 3,200만원∼1억8,000만원의 보험금을 타냈으며, 입원일수도 적게는 72일에서 많게는 702일이나 됐다. 일부 환자는 입원 중 백화점 쇼핑이나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경찰은 가짜 환자를 유치해 보험금을 타내는 병원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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