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배우 현빈이 영화 ‘꾼’(22일 개봉)을 통해 데뷔 이래 처음으로 사기꾼으로 변신했다. 평소 진중한 성격답지 않게 현빈이 그린 사기꾼 황지성은 기대 이상이었다. 능청맞은 거짓말로 사기꾼을 속이고 변장에 변장을 거듭하며 영화의 8할 이상을 해냈다.
“저뿐 아니라 감독님과 스태프가 공을 많이 들였죠. 분장 테스트를 할 때도 3~4회 이상 했던 것 같아요. 중요한 부분들에 대해 신경을 참 많이 썼죠. 또 다른 인물들을 표현해야 할 때 목소리도 다르게 내기 위해 연습을 많이 했어요.”
현빈이 연기한 황지성은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는 목표 하나로 철두철미하게 계획을 짜는 지략가이기도 하다. 수많은 거짓말 역시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황지성만의 방법이다.
“다들 소소하게 속이고 살지 않나요? 저도 거짓말을 하긴 했겠죠. 초등학교 시절 학교 수영부 선수로 활동했거든요. 그 당시 수영장에 가기 싫어서 거짓말 했던 기억은 나네요(웃음).”
현빈은 ‘역린’(2014년) ‘공조’(2017년)에서 절제되며 각 잡힌 연기를 펼친 바 있다. 주로 멋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던 만큼 ‘꾼’은 새로운 도전 그 자체였다.
“연기하면서 참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역린’이나 ‘공조’는 절제된 부분이 많이 부각됐잖아요. 황지성은 대사량도 전 캐릭터들보다 월등히 많았고, 말의 유연함으로 상대를 속이는 역할이다 보니 흥미로웠어요. 특히 상대방과 주고 받는 재미가 많았던 것 같아요.”
황지성과 박 검사 역의 유지태는 극중 날 선 대립을 펼친다. 서로를 향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경계 태세를 유지한다. “굳이 유지태 선배를 이기고 튀어야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 없어요. 밀리고 안 밀리고를 떠나서 대본 안에 쓰인 상황이 있기 때문에 별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죠. 사실 촬영장에서 유지태 선배를 보면서 놀랐어요. 생각보다 너무 자상하고 배려도 많았거든요. 영화나 연기에 대한 사랑과 열정도 엄청나고요.”
현빈은 ‘공조’에 이어 ‘꾼’으로 또 한 번 걸그룹 출신 연기자와 호흡을 맞추게 됐다. 애프터스쿨 나나와 호흡하게 된 현빈은 “호흡이 참 좋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나나는 노력을 정말 많이 하는 친구에요. ‘굿 와이프’ 때도 안정적인 연기로 대중이 좋아ㅎㅐㅆ던 걸로 알고 있거든요. 아마 ‘굿와이프’에 이어 유지태 선배랑 같이 연기하면서 의지가 되고 편하기도 했을 거예요. 본인이 노력한 만큼 많은 분들께서 앞으로도 더 좋아해주실 것 같아요. 기대돼요.”
현빈의 최근 필모그래피는 오락영화에 쏠려 있다. ‘공조’부터 ‘꾼’, 그리고 개봉을 앞둔 ‘창궐’까지 오락적 요소가 다분한 작품이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2008년), 영화 ‘만추’(2010년) 등 메시지를 지닌 작품과는 성향을 달리한다.
“일단 일차적으로 무조건 시나리오를 보고 작품을 선택하죠. 이제는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인지 관객들이 봤을 때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인지를 보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여운이 남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들을 많이 했던 게 사실이죠. 그 당시에도 ‘이렇게 해야지’라고 계획한 건 아니었는데 그런 작품들이 눈에 더 들어왔던 것 같아요.”
현빈은 ‘공조’로 780만 관객을 모으며 히트 배우로 떠올랐다. 내년 개봉작만 ‘협상’ ‘창궐’ 두 편이다. ‘충무로의 대세 배우’로 떠올랐음에도 스스로에 대해 “내려가고 있다”고 했다.
“스타가 되고 싶어서 스타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주변에서 만들어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에 대해 감사할 뿐이죠. 전 이제 내려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보다 젊은 배우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올라오고 있잖아요. 당연한 수순이죠. 어떻게 올라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보다 어떻게 잘 내려가는지에 대한 고민이 더 큰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서서히 내려가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사진=쇼박스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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