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 조심” “여성 과민반응”… 어이없는 성희롱 예방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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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뱀 조심” “여성 과민반응”… 어이없는 성희롱 예방교육

입력
2017.11.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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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인증 받은 민간 교육기관

강사는 “좋게 넘어가는 게 최선”

동영상선 “남직원 많아 외모 신경”

직장인 교육서 서슴없는 성차별

꼬박꼬박 교육 받으라는 고용부

강사ㆍ교육 내용 점검은 나 몰라라

한 온라인 교육업체의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동영상. 해당 동영상 캡처
한 온라인 교육업체의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동영상 캡쳐. 해당 동영상 캡쳐

“직장생활 하는 여직원들은 많은 남직원들과 생활하기 때문에 특히 외모에 많은 신경을 씀.”(성희롱 예방교육 동영상 내용)

“저도 여성이지만 요즘 여성들이 참 예민해요. 부장님은 좋은 의도로 밥 한번 사겠다 했다가 성희롱 가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 발언)

고용노동부가 인증한 민간 교육기관들이 내놓은 성희롱 예방 동영상, 강의 내용들이다. 잇따라 발생하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주무부처인 고용부가 성희롱 예방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교육내용에 대한 감독이 이뤄지지 않아 예방이 아니라 ‘성희롱 조장교육’으로 변질하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몇 달 전 회사에서 진행한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에 참여했던 직장인 강지수(27)씨는 강사의 발언에 귀를 의심했다. 여성들이 예민한 탓에 ‘선의’였던 남성들의 행동을 성희롱으로 받아들인다는 취지의 설명이 계속됐기 때문. 강씨는 “직장에서의 성희롱이 요새는 남성보다 여성에 의해 더 자주 일어난다는 사실과 다른 말도 늘어놨다”면서 “회사 구성원이 남성이 대부분이라 강사가 눈치를 본 것 같은데,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교육이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난해 회사에서 관련 교육을 받은 윤남우(33)씨는 “사내에서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면 좋게 좋게 넘어가는 게 최선이라는 강사가 말해 의아했다”고 말했다.

교육 동영상도 마찬가지다. 한 온라인 교육업체의 동영상을 보면, 직장 내 성희롱의 사례를 설명하면서 부하직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상사를 성희롱 가해자라고 모함하는 사건이나, 양다리를 걸친 여성이 오히려 남성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하는 이른바 ‘꽃뱀론’까지 언급됐다. 직장동료의 외모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야 하는 이유로 여성들이 남직원들 때문에 외모에 신경쓰기 때문이라는 성차별적인 근거를 들기도 했다. ‘여직원들의 경계대상이 될 수 있어’ 성적인 발언을 삼가야 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외모나 성적인 발언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고용노동부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지도점검 결과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해 1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연 1회 이상 강사 또는 동영상 등 교육자료를 통해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고용부는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 등 처벌 수위를 높이겠다는 내용의 직장 내 성희롱 근절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강사 양성기관, 교육 동영상 판매 기관을 인증만 해주고 추후 교육 내용까지 들여다보지 않는다. 사업장에서는 교육 증빙 자료를 3년간 자체적으로 보관하지만, 정부에 제출할 의무는 없다. 때문에 고용부는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현황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성희롱 예방교육 대상 사업장은 전국 29만개에 이르지만, 고용부는 2014년부터 올해 9월까지 총 2,029개(0.7%)의 사업장만 점검했다. 점검기업 중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 비율은 34%에 이르렀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향후 연 2만개 대상의 사업장으로 직장 내 성희롱 분야 근로감독을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의무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여부, 내용까지 결과 보고를 받는 방안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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