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3년 빈자리 한양대 폐지 운동에
“성폭력 피해 대처 등 독립기구 필요”
댓글에 댓글 공방… 대학가 전체 확산
“여학생을 대표할 기구는 아직 필요합니다.” “총학생회가 그 역할을 하면 됩니다.”
대학 내 총여학생회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일부 대학에서는 이미 총여학생회를 없애거나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있는 상황. 올해는 한양대에서 그 역할과 존폐 이유를 두고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26일 한양대에 따르면 이 학교 총여학생회장 자리가 지난 3년간 비어있었다. 아무도 장을 하겠다고 나서지 않았기 때문. 이번 주(28~30일) 선거가 치러지는 올해는 “총여학생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며 ‘리본(RE BORN)’이라는 이름의 선거본부가 꾸려지면서 그 명맥을 되살릴 수 있게 됐다. 이들은 “올해 학교에서 성폭력 관련 대자보만 11건이 붙었다. 피해 여학생들은 ‘폭로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한다”며 “여학생회가 있었다면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출사표를 던진 지 사흘 뒤인 24일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총여학생회 폐지를 위한 학생회칙 개정 서명 제안서’가 공유되기 시작했다. 제안서에는 “교내 성폭력 문제는 교내 구성원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상설특별위원회가 해결하는 게 좋다”는 주장이 담겼다. “여학생 복지도 총학생회에서 할 수 있다”면서 총여학생회 폐지를 직접 언급했다. 제안서를 누가 작성했는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남학생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존폐 논쟁은 전체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없어질 때가 됐다”는 측과 “아직은 아니다”는 반대가 부딪치고 있는 것. 급기야 여학생회 후보 측 SNS에 “여학생회가 (여학생회장 투표권이 없는) 남학생 학생회비까지 끌어다 쓴다”는 공격성 댓글이 달리는가 하면 “그럼 비장애 학생이 낸 학생회비를 장애 학생에게 쓰는 것도 괜찮냐”는 반박이 이어지는 등 충돌은 격해지고 있다. 고강섭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같은 등록금이나 학생회비를 내는데 여학생에게 더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는 일종의 ‘역차별’에 대한 반감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연세대, 경희대, 숭실대 등 일부 대학만은 여전히 독립기구로 총여학생회를 운영하고 있으나 홍익대와 중앙대 등 상당수 대학이 몇 년전부터 여학생회를 없애거나 총학생회 산하 기구로 규모를 축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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