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낙원’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의 발리섬에서 화산이 분화했다. 대기 중 화산재로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관광객 수천 명의 발이 묶이는 등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26일 현지 언론과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20분(현지시간) 아궁 화산이 폭발, 분화구 상공 4,000m 높이의 화산운(火山雲)을 형성했다. 화산운에는 수증기와 함께 화산재가 포함돼 있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의 수토포 푸르워 누그로호 대변인은 “오늘 아침 아궁 화산이 화산재를 뿜어냈다”며 “화산재가 분화구 상공 최고 4,000m까지 솟아오른 것으로 관측했다”고 말했다. 아궁 화산 해발 고도(3,142m)를 고려하면 화산운의 높이는 7㎞ 이상이다. 아궁 화산은 전날 오후에도 분화하는 등 최근 1주일 사이 수차례 분화해 분화구 상공 700m까지 화산재와 수증기를 뿜어낸 바 있다.
현지 소식통은 “화산 주변으로 낙진이 관측되긴 하지만 대부분 화산재는 바람을 타고 시내(덴파사르) 반대쪽으로 갔다”며 “기상청(BMKG)도 내일까지 남서풍, 서풍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도심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화산재는 시속 18㎞의 속도로 동진하고 있다.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은 아궁 화산에서 남서쪽으로 60㎞가량 떨어져 있다.
응우라라이 공항은 이날 현재 정상 운영되고 있지만 일부 항공사들이 항공편들을 결항시키면서 여행객들이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정오 현재 28편의 항공기가 지연ㆍ결항돼 3,000여명이 불편을 겪었다. 이들 여객기는 화산재 이동 방향과 맞물리는 호주, 뉴질랜드 등지의 도시와 발리를 연결하는 노선 항공기들로 알려졌으며, 이번 분화에 따른 직접적인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아궁 화산은 지난 1963년 대규모로 분화해 1,100명이 사망했다. 당시 화산 폭발로 화산재가 발리에서 1,000㎞가량 떨어진 수도 자카르타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재난당국은 이후 50여년간 활동을 중단했던 아궁 화산이 재차 분화할 조짐을 보이자 지난 9월 22일 경보단계를 최고 단계인 ‘위험’으로 상향하고 주변 주민을 대피시키는 등 사태에 대비해왔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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