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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믹스나인’ 성공엔 꼭 독설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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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믹스나인’ 성공엔 꼭 독설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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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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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이쯤되면 양현석의 재발견이다. YG엔터테인먼트 수장 양현석이 전국의 기획사들을 직접 찾아가 새로운 스타를 발굴한다는 취지의 프로그램 JTBC ‘믹스나인’에서 재발견되고 있는 건 오히려 다른 출연진보다 양현석이다. ‘너희의 성공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으로 포장된 수많은 독설과 조롱, 비아냥이 프로그램을 내리 채운다. 일각에서 “이런 게 양현석의 진짜 성격이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믹스나인’의 슬로건은 ‘빛나는 소년소녀를 구하라’다. 9명의 연습생이 데뷔조로 발탁되는 콘셉트인데다 프로그램 제목도 믹스’나인’이니 슬로건 속 ‘구하라’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구색을 맞춘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찝찝함은 남는다. 무엇이 되고 무엇이 안 될지를 점칠 수 없는 연예계에서 누가 누구를 ‘구한다’는 것일까.

누구를 구해내고 성공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은 시작부터 프로그램의 전반을 사로잡았다. 방송 초반은 양현석이 직접 여러 기획사들을 다니며 연습생들의 실력을 보고 본 게임에 합류를 시킬 것인가를 정하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연습생들은 각 소속사의 중요한 인재로, 이들의 무대를 다른 기획사 대표에게 보여주는 건 무척 큰 친절과 배려다. 각 기획사가 ‘믹스나인’의 의도에 공감하고 협조를 결정했기에 가능한 일이지, 양현석이 다른 기획사 대표의 위에 서서 그들을 내려다 봐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하지만 양현석은 WM엔터테인먼트의 대표를 계속해서 ‘매니저’라고 부르는가 하면 용감한 형제의 차를 발로 걷어차고 “얘(용감한 형제)가 아직 이럴 때가 아니라”며 낮춰 말하기도 했다. RBW의 김도훈 대표를 만나기 전에는 굳이 그가 과거 돈이 궁한 처지였다는 걸 언급하기도 했다.

대표들에게 이 정도니 소속 연습생들에 대한 태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코코소리로 데뷔했던 김소리에게는 나이가 28살이라는 이유로 “은퇴할 나이”라고 말한 뒤 “즐기면서 하고 있다”는 김소리에게 “즐길 때 아닌 것 같은데”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타이트한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걸 그룹을 본 뒤에는 “YG 연습생들은 왜 나한테 저런 거 안 해주지”라며 의도가 의심스러운 발언까지 내뱉었다. 이런 와중 이미 탈락한 연습생에게 다시 기회를 줘 합격시키거나 “오디션 출신을 배제하겠다”던 말을 스스로 뒤바꾸며 심사 기준에 대한 의혹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이런 논란들에 대해 “프로의 세계는 원래 냉정하다”거나 “좋은 말만 들으면서 사회 생활 어떻게 할래”라고 항변하는 누리꾼들도 상당수다. 양현석의 말이 거칠긴 했지만 ‘틀린말은 아니’며, 이런 장이 아니면 대중에게 얼굴 보여주기도 힘들었을 연습생들에게 춤과 노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니 오히려 잘하고 있다는 의미다. 양현석 본인도 코코소리 김소리에게 퍼부은 막말이 논란이 되자 자신의 SNS에 김소리의 머리를 쓰다듬는 영상을 게재하며 “지난주 녹음실 깜짝 방문. 관심이 있어야 독설도 가능. 심사는 냉정하게. 꼭 잘 되길 바라”라는 글을 올렸다.

관심이 있어야 독설도 하는 거라지만 프로듀서로서의 냉정한 평가와 막말은 구분해야 한다. 28살이라는 나이를 빌미로 “은퇴할 때 아니냐”고 하는 건 김소리가 앞으로 잘 되는 데 있어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건 그냥 나이를 가지고 하는 인신공격에 가깝다. 말이나 행동으로 실수를 저지른 뒤 ‘관심이 있어서 그랬어’라며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건 어찌 보면 전형적이다. “관심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내가 기회를 주는 입장이니까”, “결과적으로 너희는 내 덕을 보는 거니까”라는 등으로 자신의 행동을 변명하게 되면 다음에 발생할 같은 실수를 예방할 수 없다.

좋은 취지이지만 문제를 제기하면 YG엔터테인먼트가 군소 기획사들을 찾아 다니며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 자체부터 문제가 될 수 있다. 프로그램의 좋은 의도를 살리기 위해서는 그 내용 또한 좋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야 한다.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독설이나 모멸감도 참고 견뎌야 한다는 괴이한 메시지를 계속해서 전달하는 한 ‘믹스나인’은 본전도 못 찾을 공산이 크다.

사진=JTBC 제공

정진영 기자 afreec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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