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흥해읍 일대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5.4)을 인근 지열발전소가 유발했을 가능성을 두고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이 오가는 가운데, 외국에서도 유사 사례가 보고돼 주목된다.
26일 미국 지질조사국(USGS) 등에 따르면 지열발전소 건설이나 지하자원 시추, 폐수 처리 등 다양한 이유로 땅을 깊이 파서 지하수를 퍼내거나 지하에 물을 주입한 것이 지진의 원인 중 일부로 의심되는 ‘유발지진’ 사례들이 보고돼 있다.
외국 사례에서 관측된 유발지진은 사람이 흔들림을 느낄 수 있지만 심각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는 규모 3~4 사이가 상당수였다. 2006년 12월 스위스 바젤에서는 지열발전소가 시추를 시작한지 엿새 만에 규모 3.4의 지진을 발생했다. 스위스 정부 당국과 과학자들은 3년 간에 걸쳐 정밀 분석한 결과 지열발전소가 땅에 구멍을 뚫고 물을 주입하거나 뜨거워진 물을 뽑아 올릴 때 행해지는 일련의 과정이 지진의 원인이라고 결론 내고, 지열발전소에 대해 영구 폐쇄 조치를 내렸다. 당시 지진 발생 진앙은 시추공으로부터 1km 거리 내였고, 진원의 깊이는 4~5km로 시추공의 바닥에 가까운 곳이었다.
2009년 8월 독일 란다우인데어팔츠 지열발전소 부근에서 규모 2.7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조사 결과 진앙은 발전용 관정(管井)으로부터 불과 450m 떨어진 곳이었으며 진원의 깊이도 약 3.3km로 발전용 관정의 바닥 부분과 일치했다. 세계 최대의 지열발전 시설(2009년 기준 전력 800MW생산)인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의 '더 가이저스 지열발전소' 부근에서도 1970년대부터 유발지진으로 의심되는 지진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비교적 규모가 큰 유발지진은 셰일가스 시추를 위해 업체들이 몰린 미국 중부지방에서 발생했다. 2011년 오클라호마주 프라하(규모 5.6)와 콜로라도주 트리니다드(규모 5.3)에서 발생했던 지진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에서 셰일 업계는 지하 3~4km 지점 셰일층에 시추공을 박아 수압파쇄로 셰일층을 파괴한 뒤 석유나 가스 등을 빨아올렸는데, 일부 과학자들은 해당 과정이 지진 발생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미국 지질조사국은 셰일 에너지를 채굴하는 수압파쇄 방법보다 업체들이 남은 폐수를 폐기하면서 폐수가 불안한 단층에 침투해 단층의 미끄러짐 현상이 발생하도록 영향을 줬다고 봤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