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DTI 도입… 다주택자 돈줄 죄는데 집중
부동산임대업자도 내년 3월부터 규제 칼날
DSR은 내년 10월부터 적용
내년 1월부터 다주택자들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게 어려워진다. 소득에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이 얼마나 나가는지를 더 꼼꼼하게 따지는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제도가 수도권과 부산 해운대구 등 청약조정대상 지역 40곳을 대상으로 도입되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이면서도 자영업자로 분류돼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던 부동산 임대업자들 역시 내년 3월부터는 새로 도입되는 ‘개인사업자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의 적용을 받는다. 이런 강력한 규제들을 통해 정부는 최근 2년간 10%대를 넘어선 가계부채 증가율(전년 대비 기준)을 2021년까지 8%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빚을 내 집을 사던 시대가 가고 ‘긴축의 시대’가 오고 있다.
기존 담보대출 원리금도 포함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6일 이 같은 내용의 ‘10ㆍ24가계부채 종합대책’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규제는 철저히 다주택자와 투기 세력의 돈줄을 죄는데 집중돼 있다.
금융당국이 가장 공들인 신DTI 제도는 신규 대출자의 소득과 부채를 최대한 엄격하게 평가하는 게 골자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DTI는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눠 계산하는데 이때 원리금에는 신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과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만 반영돼 있다. 여기에 기존 주택담보대출 원금과 신용대출과 같은 기타대출의 이자 상환액까지 포함시킨 게 신DTI다. 이미 ‘8ㆍ2부동산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DTI 적용 비율을 10%포인트 낮춘 데 이어 신DTI까지 반영되면 다주택자의 대출한도는 확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는 다주택자가 대출기간을 늘리는 꼼수로 규제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두 번째 주택담보대출부터는 신DTI 계산 때 만기를 최대 15년까지만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현재보다 대출한도가 소득에 따라선 70% 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올 상반기 KB국민은행 자료 기준으로 1인당 평균 대출 금액은 2억5,800만원에서 2억2,700만원으로 12.1%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간소득 평가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소득이 얼마나 안정적인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라며 “만약 소득의 변동폭이 ‘±20%’라면 2년치 소득을 평균으로 해 계산하는 등 기존 제도의 미비점을 손봤다”고 말했다.
DSR로 이중잠금
여기에 내년 4분기부터 은행권에서 모든 대출의 원리금과 미래 소득까지 살펴 대출 한도를 정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심사가 도입되면 대출한도는 더 줄어든다.
DSR은 채무자가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모든 대출의 이자와 원금이 소득과 비교해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한 수치다. 가령 연봉이 1억원인 사람이 1년간 갚아야 할 원리금이 8,000만원이면 DSR은 80%가 된다. 금융위는 “전세대출은 이자상환액만, 신용대출 및 마이너스 통장은 10년간 분할상환하는 것으로 산정해 계산키로 했다”며 “DTI는 한도 개념이어서 대출 시 반드시 지켜야 하지만 DSR은 관리지표인 만큼 기준을 넘겨도 은행이 자율적으로 대출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투기 수요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만, 무주택 실수요자는 반대로 대출한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DTI는 전년 소득뿐 아니라 미래소득도 함께 따지기 때문에 30ㆍ40대 직장인은 미래 소득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소득 평가 시 대출한도가 커질 수 있다. 특히 정부는 만40세 미만 청년층과 신혼부부는 1년치 증빙소득만 제출하더라도 장래예상소득 증가분을 반영키로 했고, 이사 등 탓에 일시적으로 2건의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할 경우엔 신DTI를 완화(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상환액만 반영 등)해 적용해주기로 했다.
부동산 임대업 규제비율 도입
금융권의 돈을 끌어다 부동산을 사들여 세를 놓는 부동산임대업 대출에 대한 규제비율인 ‘이자상환비율(RTIㆍRent To Interest ratio)’도 처음으로 도입된다.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유독 임대업 대출의 RTI를 따지는 이유는 임대업 대출이 급증세인데다, 부실 우려도 덩달아 커졌기 때문이다.
작년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 521조 원 가운데 임대업 대출은 140조4,000억원(27%)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달엔 이 비중이 38.9%에 달했다. 이 같은 임대업 대출은 자영업자 부채 증가를 이끌었을 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과열에도 한몫 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주택 임대업의 RTI는 1.25배, 상가ㆍ오피스텔 등 비주택은 1.5배로 설정됐다. 손병두 금융위 사무처장은 “RTI가 기준치를 밑돌면 대출이 거절되는 건 아니지만 대출 한도를 조정하거나(깎거나) 심사를 추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부터 지난 9월까지 한 시중은행의 임대업 대출을 분석한 결과 RTI가 도입될 경우 주택은 21.2%, 비주택은 28.5%가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전체 대출의 20∼30%가 RTI 기준치에 못 미쳐 부실해질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또 임대업 대출 가운데 담보로 잡힌 부동산의 유효담보가액을 넘는 대출은 의무적으로 10%씩 분할상환해야 한다. 유효담보가액은 담보기준가액에 은행들이 정한 담보인정비율을 곱한 값에서 임차보증금 등 선순위 채권을 뺀 금액이다. 가령 유효담보가액이 6억원인 상가를 담보로 8억원을 대출받는 경우 6억원은 만기에 일시 상환하더라도 2억원은 매년 2,000만원씩 나눠 갚아야 한다. 담보인정비율은 보통 아파트 60∼80%, 오피스텔ㆍ공장 40∼75%, 상가 45∼65% 정도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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