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 민원 급증하자
내달부터 알고리즘 변경
가입자 1,300만여명을 둔 모바일 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택시’(현 카카오T)가 단거리 운행을 많이 한 기사에게 장거리 콜을 우선 배정해주는 제도를 도입한다. 승객 목적지를 따져 장거리 콜만 받는 ‘골라 태우기’를 막기 위한 조치다.
2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와 서울시는 택시 기사들의 골라 태우기가 급증하는 연말연시를 앞두고 최근 이런 내용의 카카오택시 승차 거부 근절안에 합의했다. 서울시는 카카오택시 기사들이 1~5㎞ 단거리 콜은 무시하고 고수익 장거리 손님만 태워 간접적 승차 거부를 일삼는다는 민원이 급증하자 지난달부터 카카오와 대책안을 논의해왔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시내 카카오택시 승차 거부와 관련한 신고는 2015년 57건이었다가 지난해 180건으로 급증했고, 올해 1∼8월에는 174건으로 이미 작년 한 해 수치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다음달부터 단거리 운행을 많이 한 기사에게 요금이 높은 장거리 콜이 우선 노출되도록 카카오택시의 알고리즘을 변경한다. 카카오는 단거리 운행을 많이 한 기사에게 상품권 지급 등 보상도 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콜 거부가 잦으면 일정 시간 콜 배정을 하지 않는 이른바 ‘냉각기’ 제도도 도입된다. 골라 태우기 성향이 있는 기사를 제재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카카오 측은 이번 달부터 택시 기사용 응용프로그램(앱)에 노출되는 콜 수를 기존의 30~40% 수준으로 줄였다. 콜이 많이 들어올수록 목적지에 따라 승객을 골라 태울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선택지 자체를 좁힌 것이다. 택시 기사가 한 번에 볼 수 있는 콜 수량은 약 3분의 1로 줄지만, 응답을 못 받은 콜은 다른 기사들에게 빨리 순차 전달돼 승객이 차를 못 잡는 문제는 거의 없을 전망이다.
애초 서울시는 카카오택시 앱에서 승객이 목적지를 입력하는 기능을 아예 없애달라고도 카카오 측에 요청했지만, 이는 반영되지 않았다. “승차 거부 억제 효과는 크게 없고 앱 기능만 저하시킨다”며 카카오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승객이 주변의 빈 택시를 확인하고 직접 선택하는 공공 앱 ‘지브로’(가칭)를 개발해 연말부터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이번 조처는 일단 서울시 택시에만 적용되나, 승차 거부 근절 효과가 확인되면 다른 지역 택시에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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