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 한혜진이 소중했지만 힘들었던 추억 한 페이지를 꺼냈다.
지난 24일 밤 방송한 MBC ‘나 혼자 산다’에서는 모델 한혜진이 뉴욕에 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동안 수없이 패션쇼에 서왔지만 이번 뉴욕행은 한혜진에게 남다른 시간이었다. 처음으로 뉴욕 패션쇼에 모델로 서는 것이 아니라 셀러브리티로 초대 받아 가게 된 것. 게다가 패션쇼 맨 앞줄에 앉게 된 그는 그것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자랑스러워했다.
기대감도 잠시, 한혜진은 스트레스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도 자신을 방송인으로만 알지 모델인 것을 모르는 어르신들을 많이 봤다며 자신이 쇼장에 들어갈 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없을 거라며 자신 없어 했다. 결국 그는 브랜드에서 준비해준 전용 의전 차량에서 멋지게 내렸지만 평소와 달리 어색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스튜디오에서 이를 본 ‘나 혼자 산다’ 멤버들은 평소와 다른 한혜진의 긴장한 표정에 폭소했다.
패션쇼를 보던 한혜진은 “내가 앉아 있는 게 맞지 않는 자리 같다고 느꼈다. 아직 은퇴한 건 아닌데 무대에 서 있던 입장에서 바라보는 입장이 되니까 은퇴를 한 느낌이 들더라. 현역의 최일선에서는 거리가 멀어졌다. 영광스러운 자리였지만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패션쇼가 끝나자 한혜진은 유명 모델 에이전시를 찾았다. 10년 전 자신이 뉴욕에 있을 당시 처음으로 계약한 매니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한혜진은 “‘내가 너의 뉴욕 마더가 돼 줄게’라고 말한 사람이다”라며 지금도 자신의 사진을 가지고 있는 그를 보며 감동했다. 그는 “타임머신을 타고 놀아간 듯했다. 그땐 캐스팅만 30여개를 다녔다. 죽기 전에 한 번은 만나겠지 했던 사람인데 이번에 만나서 감정이 복잡해졌다”라고 말했다.
10년 지기 뉴욕 스타일리스트도 만났다. 한혜진은 8년 전 자신이 다니던 단골 식당으로 향하려고 했지만 이미 없어진 상태였다. 그는 “쇼 끝나면 항상 저기서 소주 먹었는데”라며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또 스타일리스트가 마지막 통화를 언급하자 한혜진은 “뉴욕으로 다시 오고 싶지 않냐는 질문을 받는데, 너무 힘들었다.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뉴욕은 나한테 애증의 도시다. 차별도 받고 감정적으로도 많이 다쳤었다. 동양인이기 때문에 메인룩은 입을 수 없다는 소외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스타일리스트 역시 “너에게 커리어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네가 너무 고생하고 치열하게 쇼를 했기 때문이다”라며 위로했다.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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