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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발 코스닥 폭등, 17년 전 IT버블 재연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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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발 코스닥 폭등, 17년 전 IT버블 재연될라

입력
2017.11.25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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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장중 800선 돌파

‘혁신창업 활성화 방안’ 촉발제

기업 실적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

제약ㆍ바이오株는 이미 빨간불

코스닥 장기 쇠락 불렀던

2000년대 초반 상황과 닮아

코스닥 지수가 10년 만에 장중 800선을 돌파했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정부가 나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는 측면이 큰데다 기업 실적에 견줘볼 때 상승 속도도 너무 가파르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종목에선 폭탄 돌리기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정부발(發) 코스닥 급등이 결국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거품 붕괴’ 당시처럼 적잖은 후유증을 낳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코스닥 지수는 한 때 803.74까지 치솟은 뒤 장 막판 다소 밀리면서 결국 4.06포인트(0.15%) 내린 792.74으로 마감됐다. 코스닥 지수가 장중 800선을 넘은 것은 2007년 11월7일(809.29)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 지수는 IT 열풍에 2000년3월10일 장중 2,925.50을 찍기도 했지만 이후 거품 붕괴, 실적 부진 등이 이어지며 오랜 기간 쇠락의 길을 걸었다. 연초 이후 코스피가 급등할 때에도 코스닥은 600선 안에서만 맴돌았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이달 들어 확 바뀌었다. 지난 3일 700선을 넘어선 뒤에도 거침없는 상승세는 이어졌다. 이달 상승률만 14.9%(103.06포인트)나 된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이 0.8%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코스닥 급등은 지난 2일 정부가 발표한 ‘혁신창업 활성화 방안’이 가장 큰 촉발제가 됐다. 창업ㆍ혁신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코스닥 시장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기관과 외국인의 매수세가 대거 유입됐다. 기관이 11월 이후 순매수한 금액은 1조2,046억원이나 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혁신ㆍ중소기업의 요람 역할을 하는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해 기관투자자를 코스닥 시장으로 유인하겠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문제는 주가 상승을 뒷받침할 실적은 크게 나아진 게 없다는 데 있다. 언제든지 큰 폭의 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IT 거품이 꺼지며 코스닥이 장기 쇠락의 길로 접어든 2000년대 초반과 상황이 너무 닮아 있다. 당시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경기 부양 차원에서 벤처기업 붐을 일으키기 위해 코스닥을 육성했고 이는 결국 IT 거품으로 이어졌다. 강재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정부의 강한 부양책에 힘입어 코스닥이 단기 급등하며 거품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근 장을 주도한 제약ㆍ바이오주에 대해선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제약ㆍ바이오주의 현 주가는 임상이 성공할 것이란 전제를 깔고 있어 거품이 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일각에선 가격 재평가란 시각도 없잖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위원은 “최근 코스닥 기업들의 순이익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국 KB증권 종목분석팀장은 “조정이 올 수도 있지만 조정 폭은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준이 될 것이며 이후엔 오히려 본격적인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과거 벤처 버블 때도 정부 기대감에 무차별적으로 주가가 오르고 거품이 형성됐다 결국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며 "사실상 ‘폭탄 돌리기’ 상황이 재현되고 있어 향후 주가 폭락 시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 추락과 실망감이 상당히 커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24일 오전 코스닥이 장중 10년 만에 800선을 돌파했다. 중구 을지로 KEB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상황판에 800선을 돌파한 코스닥지수가 나타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코스닥이 장중 10년 만에 800선을 돌파했다. 중구 을지로 KEB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상황판에 800선을 돌파한 코스닥지수가 나타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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