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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아나키스트] “1분만 투자해 습관 바꾸면 한달 전기료 5000원 절약”

입력
2017.11.25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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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누전차단기 끄기 등

손쉬운 ‘3+1절전운동’ 전파

냉장고 전기 절약하는 조건

냉동실 영하 17도ㆍ냉장 5도

“지금 당장 에어컨 코드를 뽑거나 전용 누전 차단기를 내려 보세요. 한 달에 3㎾h의 전기 사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에너지 아낀다고 뭐 쓰지 마라, 하지 마라는 식으로 가족들 힘들게 해서는 오래 못 갑니다.”

심재철 에너지나눔연구소 대표가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심재철 에너지나눔연구소 대표가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심재철(47) 에너지나눔연구소 대표의 별명은 ‘에너지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자나깨나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더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실험과 분석을 통해 근거를 만든다. 직접 확인한 구체적인 수치로 사람들을 설득한다. 1분만 투자해서 3가지 설정을 바꾸고 1가지만 실천하자는 뜻의 ‘갈릴레이 3+1 절전운동’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2012년 여름 서울 성북구 석관두산아파트 동대표 회장을 맡은 그는 ‘아파트 관리비가 60만원이나 나왔다’는 한 주민의 하소연을 듣고 에어컨이 전기를 얼마나 소모하는지를 직접 측정해 봤다. “전력측정기로 재보니 에어컨의 한 달 대기전력이 3㎾h였습니다. 그런데 아주 오래된 아파트를 빼고 대부분 있는 누전 차단기(두꺼비집)에서 에어컨 전용 스위치만 내려도 겨울철 전기를 아낄 수 있더라고요.”

심 대표는 내친 김에 가정집에서 흔히 쓰는 20가지 가전제품의 대기전력을 모두 측정했다. 흔히 TV가 대기전력이 높다고 알려졌지만 최신 TV는 절전 기능이 개선돼 예상을 벗어났다. 대기전력 순위를 정리한 결과 TV 셋톱박스와 와이파이 공유기가 가장 높았다. “외출하거나 잠 잘 때, 하루 6시간만 두 기기를 꺼놓아도 한 달에 2.7㎾h를 아낄 수 있습니다.”

6개월에 걸친 냉장고 실험은 심 대표 열정의 결정판이었다. 냉장고 문을 자주 열지 말라는 통념을 확인하기 위해 3일 휴가 동안 냉장고가 쓰는 전력량을 측정한 뒤 평상 시와 비교해봤다. 심 대표는 깜짝 놀랐다. “냉장고 문을 여닫지 않았는데도 전기를 더 많이 먹는 겁니다. 또 한 번 확인을 했죠. 마찬가지였어요.” 자료를 찾아보고 분석을 해봤더니 냉장고 온도는 주변 온도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결론을 얻었다. “휴가 동안 집 문을 다 닫고 있어서 실내 온도가 32도 정도로 올랐고, 평상 시에는 에어컨을 틀고 창문도 여니까 실내온도가 더 낮았던 거죠. 주변 온도가 높을수록 냉장고 온도를 떨어뜨리느라 모터를 더 돌리고 전기를 더 쓰는 원리였습니다.”

나아가 심 대표는 냉장고 적정 온도 찾기에 나섰다. 여름부터 겨울까지 전력측정기를 끼고 살다시피 하며 냉장실과 냉동실의 설정 온도를 바꿔가며 전력 사용량과 냉장 보관 식품의 상태를 체크했다. 화학 전공 석사 출신에 20년 가까이 산업용 윤활유 전문 회사를 다니는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박테리아 검사까지 직접 했다. 그렇게 해서 ‘냉동실은 영하 17도, 냉장실은 5도’일 때 전기를 가장 덜 쓴다는 결론을 얻었다.

“요즘 대부분 냉장고는 냉동실 영하 25~16도, 냉장실 0~5도로 조절됩니다. 대부분 냉장고 배송 때 기사 분들이 설정한 온도를 그대로 두고 쓰죠.” 심 대표의 분석 결과 800L 용량의 양문형 냉장고를 기준으로 냉동/냉장 온도를 영하 17도/영상 5도로 유지하면 영하 25도/영상 2도일 때보다 한 달간 전기를 20%(겨울 7㎾h, 여름 14㎾h)나 아낄 수 있다. 얼음 나오는 냉온정수기도 냉장고보다 전기를 더 많이 쓰기 때문에 가급적 ‘정수’ 상태로 두는 것이 좋다.

심재철 에너지나눔연구소 대표와 석관두산아파트 주민들이 함께 실행에 옮긴 '3+1 에너지절약운동'. 서울시의 '원전하나줄이기 운동'의 주요 실천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심재철 에너지나눔연구소 대표와 석관두산아파트 주민들이 함께 실행에 옮긴 '3+1 에너지절약운동'. 서울시의 '원전하나줄이기 운동'의 주요 실천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심 대표가 수고로움을 무릅쓰고 이토록 열심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을 모셔 아파트 주민들과 함께 에너지 절약에 대해 강의를 들으면 현실과는 동떨어진 내용이 많았습니다. 5,000원이라도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면 99%가 귀를 쫑긋합니다. 그렇다고 생활 습관까지 바꿔가며 힘들고 불편하게 해서는 한계가 있죠. 저부터 생활 속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고민해서 해보고 그 성적표를 보여주는 겁니다.” ‘TV 보지 않을 때 전원 코드를 뽑아 두라’고 하면 ‘매번 귀찮게 그러느니 그냥 전기료 더 내고 살지’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그러지 말고 절전 모드에서 가장 낮은 단계로 설정을 바꿔 놓으면 가장 높은 단계와 비교해 전력을 40% 줄일 수 있다는 게 심 대표의 요령이다.

심재철 대표가 석관두산아파트 내 한 경비실에 설치한 미니 태양광 발전기를 가리키고 있다. 이 발전기에서 만든 전기는 경비실 내 에어컨 작동에 쓰이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심재철 대표가 석관두산아파트 내 한 경비실에 설치한 미니 태양광 발전기를 가리키고 있다. 이 발전기에서 만든 전기는 경비실 내 에어컨 작동에 쓰이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심 대표는 6개월 동안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를 정리해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강의 후 3개월 동안 실천해 보도록 했고, 평균 6%의 전기 절약 효과를 얻었다. 그리고 같은 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SNS 메시지를 보냈다. “3+1 운동의 효과가 없으면 제가 비용을 대겠다는 다소 무모한 약속을 내걸고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강의를 하게 해 달라고 했죠. 공무원들이 이해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전파하면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심 대표는 얼마 뒤 100여 명의 서울시 공무원 앞에서 3+1 운동에 대해 강연했다. 현재 심 대표와 석관두산아파트 주민들의 3+1 운동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의 중요 실천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심 대표는 또 동 대표 회장을 맡는 동안 지하주차장과 가로등, 엘리베이터 등 공용 공간의 조명을 LED로 바꾸고, 수돗물 급수 펌프를 에너지를 덜 쓰는 부스터 펌프로 교체하고, 엘리베이터에 회생제동 장치를 달아 관리비 2억원을 절감했다. 이렇게 아낀 비용은 경비원 30명의 고용을 보장하고 임금을 19% 인상하는 데에 쓰였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연구하고 생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에너지를 아끼는 것은 에너지 생산 비용도 아낄 수 있어 일석이조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나 둘 절약하다 보면 에너지 자립까지 이르게 되겠죠.”

글ㆍ사진=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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