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내정 중 숱한 성범죄
소수민족 고발 보고서만 33개
유엔 임무 수행 면책특권 탓
PKO 처벌 받은 사례는 없어
지난 20일 인도 동북부 메갈라야주에서 ‘인도-미얀마 군사동맹훈련’이 6일간 일정으로 시작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얀마 장교 15명이 참가하는 이번 훈련은 미얀마 군으로선 사상 첫 ‘유엔평화유지군(이하 유엔군) 활동 훈련’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난 8월 1일자 인도 외교부 보도자료는 미얀마 군의 유엔군 훈련이 이미 여러 차례 진행됐었음을 보여준다. 바로 그 전날 시작된 양국의 동맹훈련에 대해 “양국 상호교환 프로그램에 따라 미얀마 군은 유엔평화유지업무 역할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해당 훈련에 대해 ‘세 번째’라고도 덧붙이기도 했다.
미얀마 군의 유엔군 참여를 처음 제안한 이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미얀마 특별자문관을 지낸 ‘비제이 남비아르’다. 인도 외교관 출신인 비제이는 2014년 1월, 아웅 라잉 미얀마 군 총사령관을 만나 유엔군 파병을 제안했다. 인권단체들의 비판에도 불구, 미얀마의 유엔군 참여는 1년 7개월 만에 현실화됐다. 2015년 8월부터 남수단 유엔군(UNMISS)에 2개 부대(보병연대로 추정)가 파병됐고, 그 해 9월부터는 라이베리아 유엔군(UNMIL)에 ‘관련 임무 전문가’ 2명이 파견됐다. 유엔군 홍보국장 닉 번백은 “10월 31일 기준 미얀마 군은 UNMISS에 장교급 2명을 파견한 상태이며, 보병대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인도가 미얀마 군의 유엔군 훈련을 진행하는 건 양국간 문제”라면서 유엔군 본부와 합의된 사항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유엔군 참여 경험과 영향력이 풍부한 인도가 미얀마 군의 ‘유엔군 참여 훈련’을 반복하는 것은 꽤 의미심장하다. 현재 파병인력이 부족한 유엔군에 미얀마 군이 참여할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미얀마 군의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 탓에 그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최근 방글라데시로 피난한 로힝야 난민 62만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과 어린이들한테서 관련 증언은 쏟아지고 있다. 70년 가까이 내전 중인 카렌족과 샨족, 카친족 등 다른 소수민족 여성들도 오랫동안 미얀마 정부군의 성범죄에 노출돼 왔다. 지난 9월 18일 카렌족 여성단체인 카렌여성기구(KWO)가 로힝야 여성이 직면한 상황과 관련, “바로 우리의 악몽이었고,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호소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2005~2016년 미얀마 내 소수민족 여성단체 11곳이 발행한 정부군의 성폭력 고발 조사보고서는 무려 33개나 된다.
유엔군 역시 주둔국 여성과 어린이들을 성적으로 착취했다는 오명을 갖고 있다.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 때부터 관련 범죄가 보고되기 시작했고, AP통신은 지난 4월 탐사보도를 통해 “2005년 이후 12년간 유엔군에 의한 성범죄가 2,000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유엔군은 물론, 유엔 직원의 성범죄도 모니터링해 온 미국 뉴욕 기반 감시기구 ‘코드블루캠페인’은 지난 9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주둔 유엔군(MINUSCA)의 성범죄 14건을 고발하며 구체적 혐의까지 적시한 뒤, “유엔은 제대로 조사도 안 했다”고 폭로했다.
코드블루캠페인은 유엔 임무 수행자들에게 주어진 면책특권 때문에 이런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고 본다. 따라서 이들을 처벌하는 유일한 방법은 본국송환 후 국내법을 적용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처벌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예컨대 2007년 아이티 어린이들을 성적으로 착취해온 스리랑카 군 134명 이름이 공개됐으나, 이들 중 본국으로 돌아간 114명 가운데 처벌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지난 4월 재차 드러난 아이티 유엔군 성폭력 가해자 목록에는 스리랑카 군이 또 다시 대거 포함돼 있었다.
미얀마는 어떨까. 미얀마 군은 자신들이 기안하고 통과시킨 2008년 헌법 445조에 “군이나 (군사)정부의 구성원 누구도 그들이 수행한 업무와 관련하여 어떤 (사법) 절차도 없을 것”이라고 못박아둘 만큼 영악하고 치밀하다. 지금까지 행태로 볼 때 또 다시 성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어느 곳에서든 처벌받을 가능성은 희박한 셈이다.
코드블루캠페인 질 마뚜린 대변인은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특별 사법 체계를 마련하는 게 해법”이라고 했다. 그는 “2015년부터 유엔이 일부 사례를 데이터로 공개했지만, 그나마 (가해자들은) 군과 경찰들일 뿐, 민간직원이나 관련 임무 전문가 범주에 포함된 이들은 배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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