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48) 축구대표팀의 장남 신재원(19)이 U리그(대학) 왕중왕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고려대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고려대는 24일 전주대운동장에서 열린 U리그 왕중왕전 결승에서 2-2로 맞선 후반 43분 터진 신재원의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3-2 역전승을 거뒀다. 고려대는 지난 해 첫 우승 이후 2년 연속 챔피언에 올랐다. 왕중왕전 2연패는 2008년 U리그 도입 이후 고려대가 처음이다. 신재원은 0-1로 뒤진 전반 29분 자책골을 유도하는 크로스로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그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뒤 쇄도하는 조영욱(18)을 보고 크로스를 띄워줬고, 이 공을 상대 수비수가 헤딩으로 걷어내려다 그만 자기 골문에 넣고 말았다. 신재원은 “크로스를 올리고 나서 영욱이가 골을 넣은 거로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서야 수비수 머리를 맞고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누군가는 해결해줄 것으로 믿고 문전을 향해 공을 올렸는데 행운의 골로 연결된 것 같다”고 말했다.
2-2로 팽팽하게 맞선 후반 43분, 신재원의 머리에서 결승골이 나왔다. 조영욱이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후 크로스를 올려주자 신재원은 상대 수비수들과 공중볼 경합 끝에 헤딩으로 그물을 갈랐다. 야구의 이종범(47)-이정후(19), 축구의 차범근(64)-차두리(37)에 이어 아버지 신태용 감독과 함께 잘 나가는 ‘스포츠 부자(父子)’ 대열에 합류한 신재원은 “영욱이가 크로스를 올려줘 느낌이 와서 헤딩 슈팅을 했는데 상대 수비수의 무릎을 맞고 굴절되는 행운이 따라줬다. 선제골을 허용하고 흔들렸는데, 역전골을 넣어 우승에 도움이 돼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우리 학교가 U리그 왕중왕전에서 어느 팀도 못했던 2연패 위업을 달성해 자랑스럽다. 내년에는 연세대와의 정기전에서 꼭 승리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해 학성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한 신재원은 키 185㎝의 좋은 신체 조건에 빠른 스피드를 지녔다. 원래 측면 공격수였던 그는 고려대에서 측면 수비수로 변신해 주전을 꿰차며 올 시즌 내내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신태용 감독이 성인 대표팀 사령탑을 맡기 전인 지난해 11월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을 때 혹시 모를 오해를 사전에 잠재우기 위해 상비군 후보에서 아예 아들 신재원의 이름을 지웠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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