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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열발전소가 지진 방아쇠 가능성 충분…정밀 조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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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열발전소가 지진 방아쇠 가능성 충분…정밀 조사를”

입력
2017.11.24 16:5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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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서 불과 500m 거리 위치

시추공으로 뚫은 땅속 4km에

물 주입 수증기로 전기 만들어

수량ㆍ시간 차 등 이유 반론도

24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항지진 긴급포럼에서 김광희 부산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항지진 긴급포럼에서 김광희 부산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항지열발전소가 지난 15일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의혹에 대해 지질학계 전문가들도 타당성이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진이 일어날 조건을 갖춘 상태에서 지열발전소가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일부 학자들은 “주입한 물의 양과 지진 발생 시기가 일반적인 ‘유발 지진’(사람이 일으킨 지진)과는 다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지진과 지열발전소의 연관성에 대한 정밀조사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대한지질학회와 한국지구물리ㆍ물리탐사학회, 대한자원환경지질학회, 대한지질공학회가 24일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개최한 ‘포항지진 긴급포럼’에서 김광희 부산대 교수는 “개인적 견해지만 지열발전소 자료를 보면 물을 땅속에 주입한 이후 지진이 동반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이 지역 지하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게 많은데, 향후 이처럼 중요한 사업을 추진할 때는 기초 지질조사를 충분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고려대 교수는 유체 주입으로 2011년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발생한 규모 5.6의 지진을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공사가 지진 원인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응력이 작용하는 상황에서 트리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셰일가스 시추 등이 활발한 미국은 2000년 이후 유체 주입으로 인한 지진이 엄청나게 늘었고, 규모 5 이상의 지진을 일으킨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학자들이 지열발전소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시추공으로 뚫은 땅속 4㎞에 물을 주입해 발생한 수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발전 방식 때문이다. 국가 지열발전 실증연구사업으로 추진된 포항지열발전소는 포항 지진 진원에서 겨우 500m 떨어져 있다.

단정은 이르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강태섭 부경대 교수는 “전 세계에서 유체 주입으로 인하 지진 관측 결과 포항처럼 규모 5.4 지진이 발생하려면 적어도 수백만톤이 필요한데, 포항지열발전소가 주입한 물은 수천톤 규모”라며 “포항 지진이 이미 지진이 준비된 단층에서 발생했다면 트리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도 원인을 하나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포럼 사회를 맡은 장찬동 충남대 교수도 “지열발전을 하면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고, 기술적으로 컨트롤하며 하는 사업”이라며 “물 주입이 이유라면 1주일 안에 지진이 생겨야 하는데 포항지열발전소에서 마지막으로 물을 주입하고 두 달 뒤에 지진이 발생해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지열발전소 연구개발에 참여한 서울대 민기복 교수는 청중석에서 발표를 듣다 질문 시간에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민 교수는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고 만약 포항지열발전소의 연관성이 증명된다면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독특한 사례가 될 것”이라며 “정부에서 정밀조사를 한다니 연구 책임자로서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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