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상(왼쪽), 유원상/사진=김주희기자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1군에서 제대로 붙어 봐야죠."
유원상(31·NC)-민상(28·KIA) 형제가 나란히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번번이 무산돼 아쉬웠던 '1군 형제 투타 맞대결'을 새 팀에선 꼭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투수 유원상은 지난 22일 열린 KBO 2차 드래프트에서 NC의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두 번째 이적이다. 2006년 한화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한 그는 2011년 트레이드로 LG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이젠 NC 선수가 됐다. 유원상은 "다른 팀에 갈 수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NC가 지명할 줄은 몰랐다. 좋은 투수들이 많은 팀이지 않나. 그래도 내가 필요로 해서 불려주셨다고 생각한다"며 새 출발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공교롭게도 이날 드래프트에서 그의 동생 유민상은 3라운드에서 KIA에 뽑혔다. 내야수 유민상 역시 세 번째 유니폼을 입는다. 2012년 7라운드 65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그는 지난해 트레이드를 통해 kt로 이적했다. 그리고 이제는 KIA의 부름을 받았다.
2011년부터 시행돼 올해로 4번째를 맞은 2차 드래프트에서 형제가 나란히 지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규시즌이 끝나고 이달 초부터 훈련을 시작한 유원상은 드래프트 결과가 발표된 당시에도 동생 유민상과 함께 운동을 하고 있었다. 유원상은 "집에서 나올 때는 LG, kt 선수들이었는데 집에 갈 때는 다른 팀 선수들이 돼서 갔다"고 했다.
동생의 새 출발도 기대하고 있다. 유민상은 올해 경쟁에서 밀리며 1군에서 15경기 타율 0.233, 1홈런 2타점에 그쳤지만 퓨처스(2군) 리그에서는 타율 0.367을 거둬 남부리그 타율상을 받았다. 유원상은 "민상이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내년엔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유원상은 한화에서 LG로 이적한 뒤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2012년 58경기에 나와 4승2패 21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19를 기록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새 출발에 집중한다. 유원상은 "드래프트를 보니 팀(LG)에서 어린 선수들 위주로 가려고 하는 것 같더라. 40인 보호 선수 명단에 들지 못한 건 구단의 결정이기 때문에 내가 이야기할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팔꿈치 수술 뒤 올해 복귀했지만 6경기에 나와 7⅓이닝을 던지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6.14를 기록했다. 유원상은 "아쉬움은 있지만 야구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며 "몸은 훨씬 좋아졌다. LG에 처음 왔을 때 느낌이다. 내년엔 더 폭발시켜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손꼽아 기다렸지만 한 번도 성사되지 못한 형제간의 투타 맞대결도 기대를 건다. 둘은 2군에서 몇 차례 상대한 적은 있지만 1군에선 만나지 못했다. 유원상은 "1군에서 제대로 붙어 보고 싶다.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며 웃음 지었다. 둘 모두 1군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형제의 아버지는 경찰야구단을 이끌고 있는 유승안(61) 감독이다. 유민상은 이달 초 열린 2017 KBO리그 시상식에서 "유승안 감독의 아들 유민상이 아닌 유민상의 아버지 유승안 감독으로 불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원상은 "소감을 준비 안 했다고 하더니 말을 잘 하더라"며 웃은 뒤 "예전부터 서로 많이 했던 이야기다. 민상이는 아버지에, 형인 나까지 있으니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새 팀에서는 그 '목표'를 위해서도 더 노력해야 한다. 유원상은 "아버지는 (드래프트 결과 발표 후) '잘 됐다. 새 팀에 가서도 잘 하라'고 하셨다"며 "내년엔 민상이랑 같이 상을 받으러 갔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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