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의 본질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등 지음ㆍ김태훈 옮김
아르테 발행ㆍ768쪽ㆍ4만8,000원
애서가들 사이에서 ‘GEB’라 불리던 ‘괴델 에셔 바흐’(까치)의 저자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의 신작이다. 수학, 그림, 음악 세 분야를 기묘하게 연결했던 전작에서 저자는 1979년 출간 당시로서는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인공지능(AI)의 가능성을 짚었다. 그런데 AI에 대한 얘기가 만연한 이 시점에서는 범주화와 유추를 통한 도약을 인간 사고 활동의 본질로 규정하면서 AI의 전지전능함을 부정하는 태도를 보인다. 시대가 한쪽으로 쏠릴 때 그 흐름을 거슬러 때론 엑셀을, 때론 브레이크를 밟는 게 전문가 역할이기도 하다. 700쪽 가까이 되는 본문은 인간의 언어 활동에서 드러나는 범주화와 유추에 대한 기나긴, 정말 지칠 줄 모르는 수다다. 그런데 이게 은근히 따뜻한 위로가 된다. AI가 있으니 이제 창조적이어야만 한다는 설교가 가득한데, 호프스태터의 논지는 ‘창조적이기 위해 애써 노력하지 말라, 수십억 진화의 결과 불과 1.4㎏짜리 뇌 하나 지닌 당신 자체가 이미 창조적’이라는 것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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