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추 前 미국 에너지장관
“2060년까지 원전 제로 목표는
한국 자연환경서 달성 불가능
LNG는 전환기용, 구세주 아냐
산업 피해, 대기오염 심해진
獨 전철 밟지 않길” 文정부 비판
“한국이 실패한 독일의 발자국을 따라가지 않도록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주기 바란다.”
1997년 노벨상 수상자이자 미국 오바마 정부에서 에너지부 장관을 지낸 스티븐 추(69) 스탠퍼드대 석좌교수가 23일 현 정부가 추진하는 탈(脫)원자력발전 정책을 비판했다. 추 교수는 “한국의 자연환경에서 2060년까지 원전 제로(0)는 선언일 뿐 달성이 불가능한 목표이고, 한국 정부가 탈원전의 단기적 대안으로 선택한 액화천연가스(LNG)는 전환기 에너지일 뿐 구세주가 아니다”며 “탈원전 정책이 기후변화에 끼칠 악영향을 고려해 문재인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 주장했다.
카이스트(KAIST) 초청으로 방한한 추 교수는 이날 오전 대전 유성구 KAIST 본원에서 교수와 학생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과학의 역할’에 대해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이어 오후에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일반인 특강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탈원전 정책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추 교수는 “탈원전을 추진한 독일만 봐도 화석연료를 더 태워야 했고 에너지효율이 높아지지 않아 산업에 피해가 컸고, 대기오염도 심해졌다”며 “독일 관련 학자들도 탈원전이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정치적인 결정이란 것을 잘 안다”고 말했다. 이어 “예측 가능한 결과라 한국도 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 교수는 “한국은 미국에 비해 국토가 좁은 데다 바람 강도와 태양광 일조량도 부족해 2060년에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이 50%도 어려울 것”이라며 “탈원전 의지는 존경하지만 원한다고 다 이룰 수는 없다”고 말했다.
추 교수는 지난 15일 대한민국을 공포로 물들인 포항 지진에 대해선 “원전 안전에 대한 의심과 그로 인한 두려움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체르노빌과 미국 쓰리마일 원전 사고는 인류의 비극이었지만 그로 인해 원전 안전을 보강했고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라며 “현 세대에서 많은 기술 개선이 이뤄지면 다음 세대가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원전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기술력이 더욱 향상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추 교수는 원전보다 미세먼지가 더 두려운 환경재앙이라며 “미세먼지로 인해 사람이 죽고. 지금도 가장 어리고 가장 나이 든 분들이 고통을 받는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1950년대 담배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지 않은 것처럼 지금 우리는 미세먼지나 질소산화물의 위험성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계 미국인인 추 교수는 레이저를 이용해 원자를 냉각ㆍ분리하는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뒤 생물학까지 공부해 스탠퍼드에서 분자 및 세포생리학과 교수도 지낸 세계적인 석학이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에너지ㆍ환경팀 수장인 에너지부 장관을 4년간 맡아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펼쳤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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