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발견 보고 받고 “공개하라”
지시 이행됐는지 관리ㆍ감독도 허술
세월호 유해 은폐 사건은 김현태 세월호현장수습본부 부본부장(해양수산부 과장)의 주도와 이철조 수습본부장(국장)의 동조 아래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을 뒤늦게 보고받은 김영춘 해수부 장관도 미수습자 가족에게 알릴 것을 지시한 뒤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데도 이를 챙기지 못했다. 김 장관까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 해수부 쇄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김 장관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세월호 유해 은폐 관련 기자회견에서 “현장수습본부가 유해 발견 사실을 미수습자 가족들과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20일 오후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어 “미수습자 가족에게 알리라고 지시했지만 22일까지 통보가 되지 않은 것은 관리ㆍ감독을 하지 않은 저의 불찰”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해수부에 따르면 김 부본부장은 지난 17일 오후 세월호 선체에서 수거한 잔존물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손목뼈가 수습된 것을 확인했다. 이날은 유해를 찾지 못한 미수습자 5명의 합동 추모식 전날이었다. 지난 4월부터 수색 전반을 지휘해온 김 부본부장은 이철조 수습본부장에게 이를 보고했다. 당시 김 부본부장은 “발견된 유해가 미수습자의 것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새로운 유골 때문에) 장례를 미루고 유전자(DNA) 감식 결과(2주)를 기다리기엔 가족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보고를 받은 이 본부장은 김 부본부장의 의견에 동조해 유골 발견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시신 없는 장례’를 치르는 동안에도 해수부의 은폐는 계속됐다. 김 부본부장과 이 본부장은 김 장관이 참석한 지난 18일 목포신항 합동 추모식에서도 유해 발견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장관 보고가 이뤄진 것은 장례식 발인이 끝난 20일 오후였다. 김 장관은 직원들에게 즉각 미수습자 가족과 선체조사위에 사실을 알릴 것을 지시했지만 수습본부는 21일 오후에야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과 단원고 조은화ㆍ허다윤양의 가족에게 뼛조각 수습 사실을 통보했다. 김 부본부장은 이미 유해를 수습한 두 희생자 가족에게만 연락을 취한 이유에 대해 “뼛조각이 은화ㆍ다윤양의 것인 게 거의 확실해 다른 미수습자 가족들에게는 나중에 알리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은화ㆍ다윤양의 유가족도 이날 “추가로 작은 뼛조각들이 나올 때마다 중계 방송하듯 외부에 알리진 말고 DNA 확인 후 발표해달라고 해수부에 부탁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때문에 미수습자 가족들은 22일에야 언론을 통해 관련 소식을 듣고 해수부에 거꾸로 유해 수습 사실 확인을 요청해야 했다.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의 아내 유백형씨는 23일 “아직도 해수부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DNA 검사 전에는 누구의 뼈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데 왜 알리지 않았는지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해수부의 해명에도 수색 종료와 장례 절차가 늦어질 것을 꺼려 일부러 알리지 않았을 개연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수색 연장을 재차 요구할 경우 다음달 종료되는 코리아쌀베지(유해 수습 및 수색 담당업체)와의 계약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20일 보고를 받고서도 곧바로 처리하지 않아 이틀이나 더 은폐를 방기한 김 장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 장관은 “재발방지 대책을 세운 뒤 여론에 따라 진퇴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 장관의 책임론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장관의 거취에 대해 쉽게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며 “좀더 조사를 정확하게 해 본 다음에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김 부본부장과 유해 은폐를 사전 협의한 이 본부장도 보직해임하기로 했다. 대신 사태 수습을 위해 선박 조사 전문가인 김민종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수석조사관을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장 겸 현장수습본부장으로 발령했다.
4ㆍ16가족협의회 등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수부를 규탄했다. 유경근 4ㆍ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그 동안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고 선체 인양을 지연시켜 온 인사들의 청산과 조직개편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결국 그들이 이처럼 상상할 수 없는 악행을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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