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금신도시, 마린시티 등 매립지 즐비
국내, 액상화 지도 없이 ‘걸음마’ 수준
울산시, 삼산ㆍ달동 액상화 조사 나서
지난 15일 발생한 포항지진 여파로 지하의 물과 모래 등 연약지반이 엄청난 압력으로 땅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액상화가 큰 위험요소로 등장하면서 연약지반이 많은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에서도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액상화는 규명이 쉽지 않은데다 지진에 취약, 지반이 순식간에 붕괴해 건물 도괴(倒壞) 등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남구 삼산동과 달동 등 지진에 취약한 연약지반에 대한 액상화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양산단층대 영향을 받는 울산은 삼산동과 달동 등이 포항과 비슷한 펄층으로, 지진이 발생하면 액상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과거 논이었다가 일제 강점기 때 비행장으로 사용된 펄층으로, 현재 고층건물이 밀집해있다.
아파트 등 고층건물은 땅속 기초암반에 파일을 박아 고정시키는 방법으로 연약지반에서도 건물 안전을 담보할 수 있으나, 저층 건물이나 단독주택 등은 지진에 극히 취약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삼산동과 달동의 일부 건물은 최근까지 지반침하가 계속되면서 건물과 지반의 이음새가 벌어지고, 태화강역 철로의 경우 지반 침하현상으로 보강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지난 6월부터 내년 12월 완료 목표로 UNIST에서 수행 중인 '울산형 지진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조사연구 용역'의 지질조사 분야에 액상화 조사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부산과 경남도 해안이나 강 유역 매립지가 많아 액상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질학계에서는 부산과 경남도 매립지나 낙동강 하구 및 항만 쪽은 퇴적물이 많아 지진의 2차 피해인 액상화가 일어날 수 있는 요소를 다 갖춰 향후 일대에 강한 지진이 발생할 경우 얼마든 액상화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지역의 경우 물금신도시나 수영만(마린시티), 북항부두 일대 등이 대표적인 매립지로, 곳곳에 연약지반이 산재돼 있다. 물론 이들 지역의 경우 지하암반과 지지대를 설치하는 등 대다수 고층건물이 진도 6 안팎의 지진에 대비하고 있으나 액상화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내년부터 정부가 실시하는 단층조사에 올해 지반에 대한 정보를 DB화 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시 조례를 만들어 내년에 첫 종합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경남도도 조만간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키로 하는 등 대비에 나서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액상화에 대한 대비가 걸음마 수준인데 반해 일본은 토지 액상화 위험도를 표시한 액상화 지도를 만들어 공개하는 등 대비책을 갖고 있다. 지역별 위험도를 5단계로 나눠 표시하고, 액상화 이력 등 자료를 갖추고 있는가 하면 건설업계도 액상화 피해를 줄이려 땅속에 파이프를 묻어 지하수를 빼내거나 격자형 콘크리트벽을 메우는 공법을 개발해 위험도를 낮추고 있다.
부산대 지질환경공학과 팀은 “부산과 경남은 해안을 따라 매립지역이 곳곳에 분포, 지진이 왔을 때 약한 암반이라 더 큰 흔들림이 오는 만큼 액상화 현상이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더 빨리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액상화’라는 용어는 1964년 일본 니가타 지진으로 지반이 붕괴하면서 아파트가 통째 뒤로 넘어간 뒤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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