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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에선 추격조가 탕탕탕… 귀순병 ‘죽느냐 사느냐’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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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에선 추격조가 탕탕탕… 귀순병 ‘죽느냐 사느냐’ 질주

입력
2017.11.22 17: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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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경비병 제지 뿌리치고 곧장 MDL행

판문각에서 출동했지만 이미 늦어

北 추격조 조준사격 중 일부 월선

북한군, 김일성 기념비 옆 무장 대기도

상황 20여분 뒤 한국군 부사관 접근

낙엽더미 속 쓰러진 귀순병 구출

22일 국방부에서 JSA 귀순자 상황 관련 CCTV 영상 공개한 가운데 북한군인이 차량에서 내려 판문점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추격조의 공격을 받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22일 국방부에서 JSA 귀순자 상황 관련 CCTV 영상 공개한 가운데 북한군인이 차량에서 내려 판문점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추격조의 공격을 받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유를 향한 북한군 병사의 질주는 군사분계선(MDL)까지 넘은 추격조도 멈추지 못했다. 북한군 추격조는 귀순 병사의 등에 대고 조준 사격을 퍼부었지만 귀순 병사는 끝내 자유의 품에 안겼다.

유엔군사령부가 22일 공개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귀순 사건 영상은 모두 5개의 장면으로 구성돼 있다. 귀순병 오모(25)씨가 탑승한 지프 차량이 남하할 때부터 남측 JSA경비비대대 병력이 귀순병의 신병을 확보할 때까지 44분 간의 드라마틱한 움직임을 약 7분 가량의 영상으로 편집한 것이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설치된 우리 군의 폐쇄회로영상(CCTV)에 북한군 지프 차량 1대가 판문점 진입로를 따라 70~80km로 남하하는 장면이 포착된 것은 13일 오후 3시11분. 보급차량 이동 외에는 차량 이동 자체가 드문 곳이어서 누가 봐도 심상찮은 움직임이었다. 차량이 바리케이드조차 없는 북한군 검문소를 지나자 북한 경비병이 뛰어나와 손을 흔들며 제지해 보지만 소용없었다. 이어 판문점 진입로인 ‘72시간 다리’를 넘어 JSA로 진입한 차량은 김일성 기념비를 지나 곧장 MDL로 향했다.

뒤늦게 상황을 인지한 북한군 경비들의 움직임도 포착되기 시작했다. 3시14분 북한군 경비병이 MDL쪽으로 달렸으며, 판문각 계단을 허겁지겁 뛰어내려 오는 북한군들의 모습도 보였다. 대응이 늦어버린 북한군이 귀순병을 사실상 놓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 돌발 변수가 생겼다. 차량 바퀴가 배수로에 빠져버린 것이다. MDL 북측 지역의 나무 때문에 CCTV 시야가 가렸지만, 3시15분 배수로에 바퀴가 걸려 빠져 나오지 못하는 귀순병 차량이 희미하게 포착됐다. 차체가 잠시 흔들리는 것으로 미뤄 배수로에서 바퀴를 빼내려 안간힘을 썼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차량은 요지부동이었고 차에서 빠져 나온 귀순병이 처음으로 CCTV 영상에 등장했다.

차를 버린 병사는 MDL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군사정전위원회 회담장 부속건물을 오른편으로 둔 채 병사가 MDL을 넘어서자 마자 뒤쫓아온 북한군 추격조의 총구도 불을 뿜었다. 권총과 AK소총을 든 4명의 추격조는 엎드려쏴 자세와 서서쏴 자세 등으로 각각 귀순병을 향해 조준 사격했다. 순간 북한군 1명은 3~4초 간 MDL을 넘었다가 스스로 이 사실을 인지한 듯 허겁지겁 북쪽으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이후 AK소총으로 보이는 화기로 중무장한 북한군 10여명이 속속 김일성 기념비 인근에 모여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듯한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귀순병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MDL 도주 16분 뒤인 3시31분. 남측 자유의집 담벼락 밑에 낙엽더미 속에 총격을 맞고 쓰러져 있는 귀순병의 모습이 열상감시장비(TOD)에 포착됐다. 총격을 맞은 상황에서도 일단 자유의집 서쪽 담에 몸을 숨긴 것으로 보인다.

약 20분이 흐른 3시55분쯤에 귀순병을 구하려는 우리 군의 작전이 시작됐다. JSA경비 대대장 권영환 중령(육사 54기)과 2명의 부사관이 포복 자세로 현장에 접근했으며, 부사관 2명이 귀순병을 잡고 끌고 오는 동안 권 중령은 뒤쪽에서 작전을 지휘했던 것으로 보인다.

채드 캐럴 유엔사 대변인(대령)은 이날 조사 결과 발표에서 “JSA 경비대대 자원들이 당시의 급박한 상황에 대해 엄격한 판단을 통해 현명하게 대응했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군이 총격 소리를 들은 3시15분부터 귀순병이 쓰러진 것을 인지한 3시31분까지 16분 간 우리군의 대응을 설명할 수 있는 영상도 공개되지 않아 의문을 남겼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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