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아스퍼거증후군 주장
공범 박모양은 범행 일체 부인
8세 초등학생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법정 최고형을 받은 10대들이 항소심에서 형을 낮추기 위해 치열한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김대웅) 심리로 22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김모(17)양 측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었던 점, 미성년자였던 점을 원심이 감안하지 않았다”라며 아스퍼거증후군으로 인한 심신미약을 인정해 형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양은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 받았다.
김양 측은 이날 아스퍼거증후군을 입증하겠다며 장기간 김양을 진료해온 의사와 수사 단계에서 정신감정을 했던 전문의를 비공개 증인으로 신청했다. 또 변호인은 “피고인과 얘기해보면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여러 가지가 나온다”라며 다시 정신 감정할 전문심리위원을 위촉해달라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모두 받아들이면서 김양의 ‘심신 미약’ 여부가 항소심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재판부는 “아스퍼거증후군 여부가 곧바로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김양 정신 상태가 범행 당시 행동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추후 더 구체적으로 주장해달라”고 밝혔다.
1심이 살인공범으로 판단한 박모(19)양은 범행을 부인했다. 박양 측은 “실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고, 가상 상황에 대한 것으로 인식했다”고 주장했다. 살인을 방조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김양이 다른 사람과 주고 받은 트위터 디렉트메시지(DM)를 모두 넘겨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박양뿐 아니라 다른 친구들과도 범행 관련 가상 대화를 나눴다는 것을 입증하겠다는 취지다.
이날 연두색 수의를 입고 나란히 법정으로 들어 온 김양과 박양은 교도관을 사이에 두고 앉아 서로를 한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박양이 작고 기운 없는 목소리로 재판부의 인적 사항 확인에 답한 반면, 김양은 작지만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재판 내내 발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집중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다음 기일은 12월 20일이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