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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양봉업자’ 박지성 ‘거너스 킬러’ 이동국 ‘포항 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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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양봉업자’ 박지성 ‘거너스 킬러’ 이동국 ‘포항 천적’

입력
2017.11.2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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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의 손흥민(오른쪽)이 22일 도르트문트(독일)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차전 원정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뒤 동료 해리 케인(왼쪽)과 기뻐하고 있다. 손흥민은 이날도 ‘도르트문트 킬러’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도르트문트=AP 연합뉴스
토트넘의 손흥민(오른쪽)이 22일 도르트문트(독일)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차전 원정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뒤 동료 해리 케인(왼쪽)과 기뻐하고 있다. 손흥민은 이날도 ‘도르트문트 킬러’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도르트문트=AP 연합뉴스

손흥민(25ㆍ토트넘)이 ‘양봉업자’다운 면모를 또 과시했다.

손흥민은 22일(한국시간) 도르트문트와 2017~1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H조 원정 5차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손흥민의 챔피언스리그 2호 골이자 시즌 4호 골이다.

그는 2010년 유럽 무대 데뷔 후 지금까지 통산 82골을 기록 중인데 이 중 10% 가까운 8골(독일 시절 5골, 잉글랜드 3골)을 도르트문트 골문에 꽂았다. 도르트문트는 노랑과 검정이 어우러진 유니폼 때문에 ‘꿀벌군단’이라 불리는데 팬들은 손흥민에게 ‘양봉업자’라는 재미있는 별명을 붙여줬다. 이날 경기 후 독일 언론들도 도르트문트에 왜 강하냐는 질문을 빼놓지 않았다. 손흥민은 “이 경기장(도르트문트 홈 구장인 지그날 이두나 파크)은 정말 멋지다. 이곳에서 경기하는 게 즐겁다”면서도 “매 경기 골을 넣으려고 노력하지만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고 빙긋 웃었다. 이 말이 ‘정답’이다. 특정 선수가 특정 구단에 강한 경우는 종종 있지만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도르트문트는 그저 토트넘과 맞대결 때 손흥민이 출전하지 않기만 기도해야 할 판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시절 아스날을 상대로 골 맛을 본 뒤 포효하는 박지성(오른쪽). 맨체스터=AP 연합뉴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시절 아스날을 상대로 골 맛을 본 뒤 포효하는 박지성(오른쪽). 맨체스터=AP 연합뉴스

지금은 은퇴한 박지성(36)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누비던 현역시절 ‘거너스(Gunners:포병대. 아스날의 애칭)’의 천적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2005년부터 세계 최고의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7시즌을 뛰며 27골을 넣었다. 이후 퀸즈파크레인저스(QPR)로 이적해서는 득점이 없었고 현역 마지막 팀이었던 네덜란드 프로축구 PSV아인트호벤에서 2골을 보탰다. 박지성은 측면 공격수였지만 골을 노리기보다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상대의 예봉을 꺾고 동료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주로 해서 득점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지금도 팬들의 기억에 또렷이 남는 골이 많은데 중요한 경기에서 강 팀을 상대로 종종 골망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그 희생양 중 하나가 강호 아스날이었다. 박지성이 넣은 29골 중 5골이 아스날전이었다. 세계최고의 명장 중 하나인 아르센 벵거(68) 아스날 감독도 맨유전을 앞두고는 박지성을 신경 쓸 정도였다.

전북 현대 이동국이 지난 9월 17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포항 스틸러스 원정에서 역사적인 70(골)-70(도움) 기록을 세운 뒤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북 현대 이동국이 지난 9월 17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포항 스틸러스 원정에서 역사적인 70(골)-70(도움) 기록을 세운 뒤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한국 프로축구 통산 최초로 200골 돌파(현재 202골)의 금자탑을 세운 K리그 대표 골잡이 이동국(38ㆍ전북 현대)은 친정 팀인 ‘포항 스틸러스 킬러’다. 202골 중 부산 아이파크를 상대로 26골, 포항과 경남FC를 상대로 각각 17골씩 터뜨렸는데 그가 1998년부터 2006년까지(2003~05년은 군 팀인 상무 소속) 포항에서 뛰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포항을 상대로 최다 득점을 한 거나 다름없다. 이동국은 본보 인터뷰에서 나름의 분석을 내놓은 적이 있다. 그는 “스틸야드(포항 홈 구장)만 가면 마음이 편하다. 또 원정이지만 내 팬도 많다. 고향 친구들은 골은 내가 넣고, 경기는 포항이 이기기를 바란다. 그러니 힘이 난다. 원정이 아닌 안방 같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포항에서 줄곧 학교를 다니며 학창시절부터 포항 홈 경기 때마다 볼보이를 했고 프로에 입단해서도 오랜 기간 뛰어 스틸야드가 친숙하다. 또 다른 비결로는 ‘잔디’를 들었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스틸야드 잔디가 최고다. 잔디가 좋아서 우리 팀(전북)처럼 패스플레이를 하는 팀은 더 수준 높은 경기를 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K리그는 대부분 구단이 경기장을 해당 지자체로부터 임대해 쓰고 있어 잔디 관리가 쉽지 않다. 반면 포항은 스틸야드가 구단 소유라 최적의 그라운드 상태를 유지하는 걸로 정평이 나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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