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 하프파이프 대표팀 주장
내달 7일 월드컵 대비 미국서 전훈
비공개 신기술 연마에 박차
“내 기술 됐다 싶으면 시도할 것”
“위험 부담은 있지만 (신기술이) 터지면 메달권에 진입할 수 있는 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국가대표팀 주장 이광기(24)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메달권 진입을 위해 비장의 무기를 준비한다. 완성 단계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기회가 된다면 신기술을 시도해볼 계획이다.
이광기는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하프파이프 선수단과 함께 미국 콜로라도 카퍼마운틴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출국 전까지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지상 훈련을 했지만 미국 카퍼마운틴에선 설상 훈련을 하고 내달 7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에 출전한다.
이광기는 올림픽 전 남은 월드컵에서 반등이 필요하다. 지난해 1월 월드컵에서 6위에 오른 뒤 주춤한 상태다. 올 시즌 팀의 주장까지 맡아 책임감도 짊어진 그는 “올림픽 준비는 잘 되고 있다”며 “네 바퀴를 옆으로 도는 ‘스핀 1440’ 기술은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세계 탑5 정상급 선수들이 구사하는 옆으로 돌면서 뒤로도 도는 ‘캡더블콕 1440’ 기술과 난이도 차이는 있지만 ‘스핀 1440’을 랜딩(착지)까지 깔끔하게 성공하면 상위권에 자리할 수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광기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그는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신기술을 준비하려고 한다”면서 “한번 시도해봤는데 넘어졌다. 느낌으로는 성공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1차 시도에서 내 기술이 됐다 싶으면 2차 시도 때 (신기술을) 시도해 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반원통형 슬로프를 타고 내려오면서 점프와 회전 등 연기를 선보이는 하프파이프는 6명의 심판이 높이, 회전, 테크닉, 난이도를 보고 100점 만점 채점을 한다. 최고와 최저 점수를 뺀 심판 4명의 점수로 평균을 낸다. 예선은 두 차례, 결선은 세 차례 시도 중 가장 높은 점수로 순위를 가린다.
이광기에게는 4년 전 소치 올림픽 경험도 소중한 자산이다. 당시 11위로 예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자신의 SNS에 “성공보다 값진 건 실패라고 하니 더 잘해보자”고 적었다. 이광기는 “원래 경쟁을 하는 대회나 시험 등 긴장감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스노보드 슈퍼스타) 숀 화이트(미국)는 긴장감을 즐긴다고 하는데 난 반대”라며 “소치 때 잘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니까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를 냈고, 높이도 오버 페이스를 해서 넘어졌다. 랜딩 확률 99% 기술을 처음 실패했다”고 돌이켜봤다. 이어 “역시 난 압박감을 받으면서 하면 잘 안 된다”며 “올림픽도 놀이터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4년 전보다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것도 큰 힘이 된다. 평창 올림픽 설상 종목 첫 메달 획득을 위해 신동빈 대한스키협회장은 하프파이프 대표팀 코칭스태프 구성을 강화했다. 2014년엔 코치 1명에 선수 5명이 훈련했지만 현재는 김수철 코치를 중심으로 장비 왁싱의 장인 타카미 키쿠치(일본) 코치와 공중동작 기술 전문 코치 크리스토퍼 클라크(미국), 체력 담당 트레이너 문수현 코치까지 4인 체제의 전문 코칭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광기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훈련 효과도 커졌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