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아이 목에 뭐가 걸린 것 같아요. 계속 토 하려고 해요.”
“그거 기침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목에 뭐가 걸린 것처럼 ‘칵칵’하지 않아요? 구토를 할 때는 배가 ‘꿀럭꿀럭’ 움직이지 소리를 내지는 않아요.”
요즘 같은 환절기엔 이런 상담을 많이 한다. 개들의 기침 소리가 사람과는 다르다 보니 목에 뭔가 걸렸다거나 구토하려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구토할 때는 소리를 거의 내지 않는다. 기침과 함께 콧물, 재채기 등이 같이 관찰되면 십중팔구 감기 초기 증상일 가능성이 높다.
감기를 일으키는 주요한 환경적 요인은 실내외 온도 차이와 낮은 습도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며 습도는 급격하게 낮아지고, 실내와 실외의 온도 차이는 벌어진다. 건조한 상태의 호흡기 점막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면 그 구조가 취약해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외부 자극원 또는 미생물 침입을 허용하게 되면서 호흡기질환을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가습기나 젖은 수건을 이용해 집안의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 시켜 주고, 환기 시 급격한 온도 변화가 생기지 않게 주의하는 것이 호흡기질환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런데 감기에 걸렸을 때만 개가 기침을 하는 것은 아니다.
콧물이나 재채기 없이 기침 증상만 있는 경우, 기관지나 폐 쪽의 하부 호흡기 문제인 경우가 많다. 종양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기관허탈(폐에 공기를 보내는 기관이 눌려 평평해지면서 호흡곤란이 일어나는 질병)이나 심장 질환에 의한 기침을 의심을 해 볼 수 있다.
기관 허탈은 나이가 들면서 기관을 구성하는 근육이 힘을 잃으면서 기관이 납작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가 빨대를 세게 빨면 음압(외부 압력보다 내부 압력이 낮아지는 현상)에 의해 빨대가 납작해지듯이, 호흡을 가쁘게 할 때도 기관이 버티지 못하고 납작해진다. 이 때는 어르신들이 해소 기침을 하듯이 쥐어 짜는 기침을 하는 데, 폐 속에 남아 있는 공기를 강제로 짜내 납작해진 기관을 정상으로 돌리려 하기 때문이다.
요크셔테리어, 포메라니안 등 소형견에서 유전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기침은 소리가 거위 울음 소리와 유사해서 ‘구스 사운드(goose sound)’라고도 한다. 편안히 쉬고 있을 때는 증상이 없다가 흥분하거나 짖을 때 기침 증상이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이 악화되면 휴식 중에도 거위 울음 소리를 내게 된다. 강아지 본인 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가족들에게도 고통스러운 상황이다.
허탈(몸에 기운이 빠지고 정신이 멍함)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체중 감량과 약물 요법으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기관허탈은 비만으로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체중 조절에 신경을 써야 한다. 허탈 정도가 심해서 약물 요법에 반응하지 않을 경우 기관 스텐트(stent) 장착 등 외과적 방법으로 개선 가능하다.
심장질환을 가진 경우에도 기침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심장 판막의 변성이 오면서 혈액이 심장 안에서 역류를 하고 원하지 않는 곳에 혈액이 적체되게 된다. 이로 인해 심장은 커지고 심장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며(이를 ‘심부전’이라고 한다), 폐 안에 모인 혈액으로 인해 폐수종이 오거나 흉수가 차면서 기침을 유발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응급 상황이기 때문에 바로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지 않으면 생명을 잃기도 한다.
심부전으로 인한 기침은 주로 저녁에 발생한다. 이때 평소보다 얕게 호흡하고 호흡수도 증가한다. 고령의 아이인 경우 평소 자고 있을 때 분당 호흡수를 체크하고 호흡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한다면 병원에 내원해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개와 고양이의 정상 호흡수는 분당 10~30회 정도이다. 하지만, 평소 휴식 시 분당 호흡수가 10회 정도였던 아이가 갑자기 분당 20~30회로 호흡수가 증가했을 경우도 신속히 병원을 내원해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환절기와 추운 계절에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 실내 적정 온도와 습도 유지, 충분한 휴식, 적당한 운동, 충분한 영양 공급, 그리고 음수량을 늘려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우리 아이가 장년기(7세 이상)에 접어들었다면 정기적으로 호흡기 및 심장에 대한 검진을 통해 조기에 문제를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문재봉 수의사ㆍ이리온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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