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참 사람 일이 마음 같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신임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5월 10일 대통령 취임 후 195일 만에 내각을 완성한 데 대한 안도감과 역대 정부 최장 기간이 걸린 내각 완전체 구성에 대한 아쉬움이 뒤섞인 대통령의 소회로 읽혔다.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명박 정부 조각(組閣)은 18일, 박근혜 정부는 56일 만에 끝났다. 김종필 총리 인준에 발목 잡혔던 김대중 정부가 175일 만에 조각을 마친 것과 비교할 때 문 대통령의 마음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정부를 출범시킨 초유의 탄핵 상황에, 야당의 무조건 발목잡기식 청문 절차 지연도 불명예스러운 최장 조각 기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부터 높여 놓은 인사청문회 통과 기준, 좁았던 인재 풀, 느긋한 청와대 검증 절차 등은 야당 탓만 하기 어려운 조각 지연 요인이었다.
특히 내각 마지막 퍼즐이었던 중기부 장관 임명 지연은 당청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중기부 설치에 관한 정부조직법 개편안 통과(7월 25일) 후 한 달 만에야 박성진 후보자를 지명했다 실패하고, 그 이후에도 39일 만에야 홍종학 후보자를 지명했던 청와대다. 벤처기업 경영자 대부분이 중기부 장관 자리를 사양했다고는 하나 지명 절차가 너무 늘어졌던 건 사실이다. 미리 인재 풀을 만들거나 검증을 하는 실질적인 정부 운영 능력이 부족했던, ‘준비되지 않은 청와대’였다는 얘기다.
여당의 성의 없는 행태도 뒷말을 낳았다. 홍종학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이 대표적이다. 우선 홍 후보자 지명 과정부터 재산 증식 과정 등을 두고 당청 간 의견이 원활히 조율되지 못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또 지난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국민의당 변심으로 무산되자 여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은 “(호남 민심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런데 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마지막 기회였던 20일 산자위 회의에 홍 간사는 출석조차 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해 형식적으로라도 야당을 설득해보겠다는 여당의 자세가 아니었던 것이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중기부만 해도 당장 홍 장관이 오늘부터라도 실질적인 업무를 하기 위해선 중소기업청 시절 법들을 뜯어 고쳐 권한을 정비해야 하는데, 야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 통과가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여당 지도부에 청와대가 힘을 실어주는 것도 아니고, 청와대가 나서서 야당과의 협치를 끌고 가지도 못하는 엇박자 당청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 안팎에 탄식만 커지는 상황이다.
정치부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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