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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골리앗 현대차 누른 영세 中企 특허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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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골리앗 현대차 누른 영세 中企 특허소송

입력
2017.11.22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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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 악취제거 미생물제 특허

특허심판원 “무효” 결정

12년 납품한 비제이씨 손들어줘

공정위도 지난달 재조사 착수

한 중소기업이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대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무효소송에서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허청 산하 특허심판원은 21일 생물정화기술 전문업체 비제이씨가 지난해 4월 현대차의 ‘도장설비 악취 제거를 위한 미생물제 특허’를 상대로 낸 특허무효 심판청구에서 “(해당) 특허를 무효로 한다”는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현대차 특허의 효력이 상실됐다.

사건의 발단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당시 비제이씨는 자동차 페인트 도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맹독성 유기화합물과 악취를 정화하는 미생물제 신기술을 개발, 현대차 울산공장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2006년 8월에는 현대차와 공동으로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도 등록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2015년 1월 새로운 미생물제 기술을 개발했다며 특허를 출원한 뒤 비제이씨에 납품계약 중단을 통보했다. 이에 비제이씨는 “현대차가 2013년 11월부터 8차례에 걸쳐 핵심 기술자료를 요구ㆍ탈취해 ‘유사기술’을 개발한 것”이라며 지난해 4월 특허무효심판 청구를 제기했다.

특허심판원은 현대차 특허의 특허청구범위를 구성하는 10개 청구항(특허의 권리범위를 설명한 항목)에 대해 “모두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판단했다. 현대차 특허는 출원일 당시 ‘선행 기술’과 비교할 때 기술 수준이 높지 않아 특허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또 특허심판원은 현대차 특허 명세서엔 미생물제의 구체적 반응과 배합비율 등에 대한 내용도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비제이씨 측 특허대리인(변리사)은 “현대차 특허 명세서를 보면 실험효과 등에 대한 분석이 너무 부실해 ‘어떻게 이렇게 대충 썼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현대차가 오랜 연구의 성과로 특허를 확보한 게 아니라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해 ‘급조’해서 특허를 받았다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특허심판원의 결정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재심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허무효 사건은 특허심판원(1심)→특허법원(2심)→대법원(최종심) 순으로 진행된다.

다만 특허심판원은 이날 결정에서 특허무효 여부만 판단했을 뿐 기술 탈취 여부에 대해선 직접 다루지 않았다. 특허무효 결정을 근거로 “현대차가 비제이씨의 기술을 탈취했다”는 결론까지 도출할 순 없다는 뜻이다.

이제 관심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말 비제이씨가 기술탈취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현대차를 신고한 건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던 공정위는 지난달 이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했다. 최용설 비제이씨 대표는 “공정위 신고, 민사소송, 거래중단 등을 거치며 매출이 모두 끊겨 빚을 내가며 직원 월급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래도 특허무효심판 10건 중 9건은 중소기업이 패배하는 상황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꺾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특허무효심판에서 중소기업 패소율은 작년 71.9%, 올해(1~7월)는 93.3%에 달한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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