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의회에 사임서 제출
‘부부 세습’ 무리한 시도에
37년 장기집권 결국 마침표
38년째 짐바브웨를 통치해 온 로버트 무가베(93)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공식적으로 사임의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독립 영웅에서 독재자로 변모했던 무가베 대통령의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됐다.
22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제이콥 무덴다 짐바브웨 의회 의장은 이날 오후 5시 50분쯤 무가베 대통령이 사임했으며, 그의 사임서를 제출 받았다고 밝혔다. 무가베 대통령이 의회에 보낸 서한에는 “나 로버트 무가베는 헌법 96조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한다. 이는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고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또 “무가베 대통령이 서한에서 이 결정이 자발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무가베의 사임 발표는 국회가 무가베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나왔다. 무가베 대통령은 지난주 군부 쿠데타와 퇴진 압박 시위에도 불구하고 사퇴의 뜻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아 탄핵 위기에 놓여 있었다.
1980년 초대 총리에 오른 뒤 37년 간 장기 집권 중인 세계 최고령 지도자 무가베는 41세 연하 부인인 그레이스 무가베(52)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다 이 같은 역풍을 맞았다. 짐바브웨 군부는 지난 6일 무가베 대통령이 군부가 지지하는 에머슨 음난가그와 부통령을 경질하자 이에 반발, 15일 사실상의 쿠데타로 정부를 장악한 바 있다.
무가베 대통령이 21일에서야 전격 사임 발표를 했지만 무가베 대통령은 조건부 퇴진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과 부인 그레이스 여사에 대한 완전한 면책과 퇴임 후 사유재산 보전을 약속 받고 사임하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이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