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력시위 명분 갖춰져
연내 개량된 ICBM 발사 등
심각하게 고려할 것” 관측 속
미국 전략무기 한반도 전진배치
중국 특사도 자제 메시지 가능성
섣부른 도발 대신 설전 벌일 수도
다시 한반도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북핵 해결 단초를 마련할지 모른다는 기대를 모으며 방북했던 중국 특사가 빈손으로 귀국하고, 미국이 9년 만에 다시 북한에 테러지원국 낙인을 찍으면서다. 도발로 치달을지 말폭탄에 그칠지, 북한 반발 수위에 대한 관측은 엇갈린다.
통일부 당국자는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만났는지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중국 특사가 북한 최고지도자를 만나지 못한 경우가 없었던 만큼 만나지 못했다면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날까지 북한 매체 보도를 보면 두 사람 간 면담은 무산됐을 가능성이 크다. 조선중앙통신이 평안남도 덕천 소재 자동차공장을 김정은이 시찰했다고 전했는데, 마침 쑹 부장이 평양에 머물던 때라 김정은이 일부러 외면했을 거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이 미뤘던 테러지원국 지정 방침을 쑹 부장 귀국 몇 시간 뒤 발표한 건 북중 간 협상이 결렬됐다는 사실의 방증으로도 해석된다. 정부 소식통은 “최근 북한과 접촉한 해외 전문가에게 들어보니 북한은 현재 대화 의지가 전혀 없는 상태”라며 “핵 능력 고도화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줄곧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을 상징적인 적대시정책으로 간주하고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던 만큼 향후 북한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살상 무기의 국제 안보 위협과 김정남 암살, 오토 웜비어 사망 등 미국이 밝힌 테러지원국 지정 요건의 문제점을 꼽으며 지정 남발이라고 북한은 비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심사는 반발 수위다. 북한이 두 달 넘게 도발을 중단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관련 활동은 계속 포착되고 있다. 전날 국가정보원이 북한 미사일 연구시설에서 차량 활동이 활발한 점, 엔진 실험 실시 정황 등을 근거로 북한이 연내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기도 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김정일 시대에 그렇게 벗어나려고 애썼던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묶였다는 게 북한에겐 큰 치욕일 수 있는 만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능개량 성과를 보여줄 시험 발사가 심각하게 고려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무진 교수도 “성공할 자신이 있느냐가 관건이지만, 무력시위의 명분은 갖춰진 셈”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직 핵무기가 완성되지 않았는데 미국의 첨단 무기들이 수시로 한반도에 출동하는 현실은 북한에게 큰 부담이다. 미국이 “여전히 외교적 해법을 희망한다”(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며 대화 가능성을 남겨둔 정세를 감안할 필요가 있고, 핵 무력 완비 때까지 국제사회 제재를 견뎌보겠다고 채비한 상황에서 섣불리 도발했다 파국을 자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을 못 만났어도 쑹 부장이 미 군사 훈련 중단을 중국이 유도할 테니 당분간 도발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긴 했을 것”이라고 했다.
때문에 반발은 말폭탄 형태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최근 방한 중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 연설을 통해 김정은을 독재자로 부르고 체제를 부정하는 등 북한을 신랄히 비판했는데도 북한이 내놓은 건 대미 비난 논평이 전부다. 이날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미치광이 대통령의 특대형 범죄는 우리 최고 존엄에 대한 극악무도한 도전”이라며 “공화국 법에 따라 최고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정세논설을 실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핵탄두 탑재 ICBM 능력에 아직 기술적 한계가 있고 이를 극복할 시간을 벌려고 북한이 도발을 일시 중지하고 있는 상태인 만큼 도발을 감행하기보다 일단 말폭탄을 던질 공산이 크다”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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