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내년 초 의장 임기 만료와 함께 연준 이사직에서도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새로 구성될 연준 고위직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색채가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옐런 의장은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차기 의장이 취임하면 연준 이사직에서도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경제의 실질적인 개선에 만족한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옐런의 연준 의장 임기는 내년 2월 끝나지만 이사로서의 임기는 2024년 1월까지다. 연준 이사들은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투표권을 가지기 때문에 옐런은 의장 자리에서 물러나도 이사직을 수행하며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통상 의장 퇴임과 함께 연준을 떠나는 관행에 따라 사임을 선택했다.
7명으로 구성된 연준 이사들은 지역연방은행 총재 5명(뉴욕연방은행 총재와 나머지 11개 지역 총재 중 교대로 선출되는 4명)과 함께 FOMC(총 12명)를 이룬다. 현재 3자리가 공석인 연준 이사는 옐런의 사의 표명으로 제롬 파월 차기 연준 의장 후보자와 랜들 퀄스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 라엘 블레이너드 이사 등 3명만 남게 된다.
이에 따라 연준 내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은 더 세질 전망이다. 연준 이사의 임기는 14년으로 통상 2년마다 한 명씩 임기가 만료돼 미국 대통령은 4년 임기 중 2명의 이사를 임명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사들의 조기 사임으로 무려 4명을 자신의 손으로 뽑게 됐다.
시장에선 향후 연준 이사진이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규제 완화 정책을 뒷받침할 친시장적인 인물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초 옐런 의장은 피셔 부의장과 터룰로 전 이사 같은 ‘동맹’을 잃었고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 과반수를 임명할 수 있게 됐다”며 “오바마 시대의 유산은 이제 영향력이 미미해졌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 상원 은행위원회는 오는 28일 파월 차기 의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 청문회를 연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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