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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과 문화상품

입력
2017.11.21 14:0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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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서 한국 문화의 가치가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바젤에서 열린 첫 공예 아트페어 ‘트레조르 컨템퍼러리 2017’에서 황삼용 작가의 나전 작품 ‘조약돌’이 현대미술의 거장 데미안 허스트에게 고가에 팔렸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의 전통 공예 기법에 현대적 디자인을 접목한 황 작가의 작품은 현 시대 한국의 문화자산이 가지는 가능성과 저력을 대변한다.

한국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담론은 이제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한류로 지구 반대편의 국가에도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등장할 만큼, 한국 문화의 저력이 인지되고, 또 확장된 개념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한류의 미래는 옛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도, 최신의 것만을 추구하는 현대도 아닌,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새로운 형태일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필자는 지난 ‘2015-16 한불 상호교류의 해’에서도 그 가능성을 직접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프랑스 유수의 문화예술기관과 아티스트들에게 한국의 다채로운 문화예술을 소개하며 그들의 면면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한국의 작품은 독창성과 전통성을 중시하는 프랑스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현지 주요 문화예술기관의 정규 프로그램으로 대폭 편성되는 이례적 성과와 함께 양국 간 문화 네트워크 확대로 이어졌다.

한국 문화가 이렇듯 세계에서 수준 높은 평가를 받고 교류가 지속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보다도 한국 문화를 설명할 콘텐츠와 교류의 방식이 중요할 것이다. 황 작가의 모던한 나전 작품처럼 한국의 문화적 가치와 현대 디자인의 성공적 결합이 선행되어야 하고, 페어 등 대규모 국제교류 행사에서 선보일 수 있는 정부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외국인들이 직접 구매하고 사용하는 문화상품은 한국 정서의 현대적 재해석은 물론, 실용적인 기능까지 두루 갖춰야 한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연 2,000만명을 육박하는 시대에 대표 문화상품을 통한 한국의 이미지 알리기도 이젠 본격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 문화상품이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게 하기 위한 첫 단계로, 우수한 문화상품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제도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문화적 가치를 담은 우수한 문화상품을 발굴하여 국가의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홍보와 마케팅을 지원하는 우수문화상품 지정제도를 꼽을 수 있다. 전통의 가치를 현대에 맞게 계승, 발전시킨 공예와 한복, 한식, 식품, 문화콘텐츠, 디자인상품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한국 문화 확산의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시도다.

정부에서 인증하는 문화상품은 소비자에게 상품의 신뢰를 약속하는 상징과도 같다. 명확한 기준에 부합하는 심사 과정을 거쳐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고, 다양한 접점에서 만날 수 있는 유통 확대가 필요하다. 당장 눈에 보이는 수치보다는 문화상품을 접하는 국내외 소비자들의 평가에 귀 기울이고 다양한 분야에 걸쳐 교류의 질을 높여야 할 때이다. 한국의 우수한 문화상품이 세계인을 한국으로 방문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최준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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