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서 쓰이는 나라 이름에는 국가에서 공적으로 정하여 쓰는 정식 명칭과 일상적으로 쓰는 명칭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정식 명칭은 ‘미합중국’이고, ‘스리랑카’는 ‘스리랑카 민주사회주의 공화국’이다.
우리가 쓰고 있는 세계의 여러 나라들의 정식 혹은 일상 명칭 가운데 한자로 된 것이 10개가 조금 넘는다. 여기서 한자 사용권 또는 그에 인접해 있는 아시아의 나라 이름이 한자로 되어 있다는 사실은 당연히 자연스럽다. 대만, 일본, 중국, 태국, 월남, 인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한자 사용권이 아닌 나라의 이름 가운데에도 한자로 된 것들이 몇 가지가 있다. 이것들은 대부분 서양어의 발음을 한자음으로 흉내 내어 적은 결과이다. 바로 미국, 영국, 호주, 독일이 그렇다.
‘미국’의 ‘미’는 ‘아메리카’의 ‘메’를, ‘영국’의 ‘영’은 ‘잉글랜드’의 ‘잉’을, ‘호주’의 ‘호’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오’를 적은 것인데, 우리가 스스로 붙인 한자가 아니라 개항이 늦어져서 중국과 일본이 만든 것을 받아들인 것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보면 그 이유를 어림하기가 어려운 것도 있다. 특히 ‘독일’이 그럴 것이라 짐작된다.
여러 자료에 따르면 ‘독일’은 네덜란드어가 기원이라고 한다. 네덜란드어로 독일을 ‘다위처’(Duitse)라고 하며 일본에서 이를 ‘도이쓰’(ドイツ)로 알아듣고 그 발음에 해당되는 한자를 붙인 것이 ‘獨逸’이었던 것이다. 이를 우리가 일본식 발음이 아닌 한자로 받아들이면서 우리 한자음인 ‘독일’로 굳어졌다.
한편, 국가명 중 음차 표기가 아니라 완전히 번역된 것이 딱 하나 있는데, 일상적으로는 ‘바티칸 시티’ 또는 ‘바티칸 시국’이라고 하는 ‘교황청’이다.
김선철 국립국어원 언어정보과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