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호’가 일본 도쿄돔에서 막을 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대회 준우승으로 첫 항해를 마치고 20일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선동열(54) 감독이 이끄는 야구 국가대표팀은 냉정하게 이번 대회에서 실패했다. 세 팀 중 2위로 대만을 제쳤을 뿐, 숙적 일본에 두 차례나 졌다. 16일 예선전에서는 다 잡은 경기(7-8 연장 10회 끝내기 패배)를 놓쳤고, 19일 결승에선 0-7 완패했다.
24세 이하, 프로 입단 3년차 이하 ‘젊은 피’들이 특별한 타이틀 없이 서로 간의 기량을 겨루는 대회였다고 하지만 선동열호 1기는 최상의 결과를 내기 위한 목적보다 경험을 쌓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출전 조건과 상관 없이 선수를 선발할 수 있는 와일드카드 3장장도 과감히 포기했다. 결과적으로 경험을 좇다가 성적을 놓쳤다.
이는 와일드카드를 사용한 팀들과 대조를 이뤘다. 특히 일본 대표팀은 우리보다 객관적으로 한 수 위의 전력인데도 와일드카드를 3장 모두 썼다. 이나바 아쓰노리 일본 대표팀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강한 대표팀’을 내걸었다. 당초 와일드카드를 쓰지 않으려다가 사용한 이유도 결과를 먼저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나바 감독은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이기려고 와일드카드를 썼다”면서 “’사무라이 재팬’은 일단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 감독은 귀국 후 “앞으로 성인 대표팀에서 활약할 재목도 발견했다”고 의의를 두면서도 “결승전을 너무 허무하게 패해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 대회 전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고 의지를 불태웠던 선수들도 고개를 숙였다. 결승전 도중 위경련이 심해져 구급차 신세를 진 내야수 박민우(NC)는 “국제대회는 성적을 내야 한다”며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험보다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한계를 확인한 선 감독은 이제 진짜 승부를 준비한다. 내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19년 프리미어 12,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까지 굵직굵직한 국제대회를 치른다. 정말 결과가 중요한 대회들이다. 선 감독은 “아시안게임부터는 승리가 중요하다”면서 “세대교체도 중요하지만 대회가 열리는 시점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를 뽑아 최상의 결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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