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한 산부인과가 15일 지진 피해로 대피소에 머물던 만삭 임부 두 명을 무료 지원키로 결정했다.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포항시 흥해읍 아파트에 살던 김현옥(33)씨와 필리핀 이주여성 무릴라 셰릴(37)씨가 1,000명 안팎 이재민이 모여있는 대피소(흥해실내체육관)에 머물렀다는 본보 보도(18일자 1면) 이후 지진 현장 속 새 생명의 탄생 순간을 책임져주겠다며 손을 내민 것이다.
포항 여성아이병원 관계자는 “두 산모가 마음 편히 몸을 다스리고, 아이가 무사히 탄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기로 결정했다”고 19일 전했다. 병원에 따르면 18일 입원 절차를 완료한 두 사람은 현재 건강한 상태로, 여성전문 의료진 도움을 받으며 출산을 기다리고 있다.
병원 측은 이들에게 지원되는 의료서비스를 금액으로 환산해보진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수일 내 출산 예정인 김씨에겐 제왕절개수술 비용과 입원비 전액을, 다음달 초 출산 예정인 셰릴씨에게도 출산 및 입원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한 걸 감안하면, 지원 규모가 최소 500만원 이상일 거라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병원의 파격 결정에 산모 가족도 한시름 놓았다. 셰릴씨 남편 문모씨는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아내가 대피소에 있을 당시 지진 충격 등으로 혈압이 높아져 걱정이 컸다”면서 “(보도를 접하고) 직접 대피소에 찾아와 손을 내밀어 준 병원 관계자에게 고마운 마음”이라고 웃었다.
포항=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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