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반 침하로 이어지면 고층 건물 기울어질 위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반 침하로 이어지면 고층 건물 기울어질 위험”

입력
2017.11.19 19:00
5면
0 0

현장 확인한 부산대 연구팀

“진앙 부근에 잇단 분출 흔적

대성아파트도 영향받은 듯”

강력한 지진 후 수초 내에 발생

지반 약한 연해안 지역이 취약

경주 지진서는 발견되지 않아

19일 오전 경북 포항시 흥해읍 일대 논에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가 지진 영향으로 나타난 액상화 현상의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현장인 논에는 액상화로 물이 솟구치며 같이 올라온 모래가 남아있는 것이 보인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경북 포항시 흥해읍 일대 논에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가 지진 영향으로 나타난 액상화 현상의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현장인 논에는 액상화로 물이 솟구치며 같이 올라온 모래가 남아있는 것이 보인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규모 5.4의 포항 지진으로 국내 최초로 ‘액상화’(Liquefaction) 현상이 나타났다는 학계의 보고가 나오면서 궁금증과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액상화가 사실이라면 아파트 등 고층 건물의 기울어짐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19일 학계에 따르면 액상화는 강한 지진의 흔들림으로 땅 아래 있던 흙탕물이 지표면 밖으로 솟아 올라 지반이 액체 같은 상태로 바뀌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번에 포항 진앙지 인근에서 액상화를 관측했다고 밝힌 부산대 연구팀은 논밭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소형 모래 분출구를 액상화의 증거로 꼽고 있다. 연구팀의 손문 부산대 교수는 “진앙 반경 2㎞ 안에서 모래 분출구 등을 100여건 확인했다”며 “포항 내에서도 액상화가 된 지점이 있고 안 된 지점이 있을 것으로 보여 추가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액상화가 되면 물을 머금은 퇴적층에 내에서 느슨하게 결합돼 있던 흙과 물이 서로 분리돼 흙은 가라앉고 물은 위로 떠오르게 되는데, 이는 지반 침하로 이어질 수 있다. 침하 정도가 지점 별로 균일하지 않아 건물이 기울어질 수 있는데 특히 아파트 등 고층 건물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손 교수는 “고층 건물은 약 2도만 기울어져도 치명적”이라며 “기울어진 포항의 대성아파트 역시 액상화 영향을 받았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액상화 피해 사례로 꼽히는 1964년 일본 니가타 지진 사례를 보면, 동해에 접한 탓에 지반이 약한 일본 니가타(新潟) 지역은 지진으로 모래 지반이 액상화해 다리가 무너지고 아파트가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등 대형 피해를 입었다.

단, 액상화 현상은 강력한 지진이 온 직후 수 초 만에 벌어지고 끝나기 때문에 포항은 이미 액상화가 끝났고 추가로 강한 지진이 없으면 다시 액상화가 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다. 건물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면, 갑작스런 침하로 아파트가 넘어지는 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현재로선 크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액상화 현상은 지난해 경주 지진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는데 학계는 경주와 포항의 지반이 다른 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 손 교수는 “포항 안에서도 지점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지진이 난 진앙 근처는 1,000만년 전만 해도 바닷물 속에 잠겨 있던 곳으로 펄이나 모래층 위에 형성된 지역이어서 쉽게 액상화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경주는 암석층이 단단한 화강암 재질로 돼 있어 액상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액상화는 지반이 약하거나 물기가 많은 지형에서 주로 발생한다. 특히 연안 지역이나 매립 부지 등에서 잘 생긴다. 최재순 서경대 교수는 2009년 쓴 ‘지진시 액상화 현상과 국내 액상화 재해도 작성 연구’에서 “국내의 경우 화강풍화토로 구성된 내륙 지역보다는 지진 시 지반증폭 가능성이 높은 연안의 연약 지반에서 액상화 발생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1990년대 이후 연안지역에 신항만, 공업단지, 공항, 비축기지 등 매립지 위에 지은 대규모 중요 시설물이 급증해 액상화 발생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 교수가 발표한 서울의 액상화 가능성 지수(LPI)를 보면 영등포구와 강남구 강서구 등의 일부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표면의 현상만을 가지고 액상화라고 성급하게 판단 내리는 것은 어렵다”면서 “과거에도 지진이 났을 때 지하수가 논밭 위로 분출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현상 만으로는 액상화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액상화 과정. 최재순 서경대 교수
액상화 과정. 최재순 서경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