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여자 쇼트트랙과 달리 남자 쇼트트랙은 최근 상향 평준화 탓에 국제무대에서 힘을 못 냈다. 특히 네 명이 호흡을 맞추는 5,000m 계주는 팀워크에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세대교체도 급격히 이뤄지면서 ‘금빛 전망’은 어둡게 보였다.
2017~18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뚜껑을 연 결과, 1~2차 대회에서 노메달에 그쳤다. 지난주 3차 대회에선 은메달을 획득하기는 했으나 간판 임효준(21ㆍ한국체대)이 허리 부상으로 2~3차 대회에 연거푸 빠졌다. 서로 간의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 또한 불안요소였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노메달 수모를 당하고 침체기에 빠진 남자 대표팀이 평창 올림픽을 앞둔 마지막 월드컵에서 극적인 반전을 이루고 금빛 레이스를 펼쳤다. 서이라(25ㆍ화성시청)-김도겸(24ㆍ스포츠토토)-곽윤기(28ㆍ고양시청)-임효준이 나선 대표팀은 19일 서울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월드컵 4차 대회 5,000m 계주 결승에서 6분47초365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월드컵 남자 계주에서 대표팀이 우승한 것은 2014년 12월14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14~15시즌 월드컵 3차 대회 우승 이후 1,071일 만이다. 당시 한승수-신다운-곽윤기-서이라가 우승 멤버였다.
대표팀은 초반부터 선두를 달리다가 13바퀴를 남기고 네덜란드에 선두를 뺏겼다. 이후 서이라가 곧바로 선두를 되찾았고, 네덜란드의 계속된 추격에도 막판 스퍼트를 발휘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년 만의 금메달인데다가 올림픽 전 안방에서 열린 대회에서 금빛 질주를 완성해 기쁨이 더했다.
마지막 우승 멤버로서 ‘암흑기’도 동시에 경험한 곽윤기는 “대표팀이 못했을 때부터 내가 있었다”며 “마지막 두 바퀴를 남겨두고 밀려나 위기였는데 후배들이 잘해줬다”고 공을 돌렸다. 이어 “1~3차 대회에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4차 대회부터는 전력 노출을 하지 말고 올림픽 때 허를 찌르자고 선수들끼리 얘기했다”면서 “그 동안 선배들이 쌓아놓은 모든 명예를 평창에서 되찾고 싶다”고 강조했다. 서이라 또한 “3년 내내 계주에서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다가 올림픽을 앞둔 마지막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며 “지금까지 획득한 금메달 중 이번 금메달이 가장 기쁘다”고 웃었다.
남자 대표팀은 대회 마지막 종목인 계주에서 금메달을 수확했지만 개인 종목에서는 힘을 못 냈다. 이날 1,000m, 18일 1,500m에서 막내 황대헌(18ㆍ부흥고)이 은메달 2개를 차지했을 뿐이다.
여자 대표팀은 최민정(19ㆍ성남시청)의 독무대였다. 1차 대회 전관왕으로 산뜻한 출발을 알린 최민정은 월드컵 시리즈 대미를 장식한 4차 대회에서 500m 은메달과 3,000m 계주 동메달을 제외하고 2관왕(1,000mㆍ1,500m)에 올랐다.
세계 1인자다운 실력을 입증한 최민정은 올림픽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중국의 ‘나쁜 손’을 피하는 방법도 터득했다. 중국의 ‘반칙왕’ 판커신은 4차 대회에서도 두 차례나 실격됐다. 최민정은 처음부터 치고 나가는 레이스를 펼치거나, 추월할 때 충돌 위험이 높은 인 코스가 아닌 아웃 코스를 공략하는 방법으로 충돌을 피했다. 최민정은 “인 코스에선 워낙 많은 선수가 몸싸움을 펼친다”며 “그래서 안전한 아웃 코스를 노렸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총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를 따냈다. 네 차례 월드컵을 모두 더하면 15개의 금메달을 손에 넣어 쇼트트랙 최강국의 면모를 확인, 평창 올림픽출전 티켓도 모두 따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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