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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는 지금 ‘북한 돈줄’ 끊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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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는 지금 ‘북한 돈줄’ 끊는 중

입력
2017.11.19 17:5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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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압박에 교역 단절 등 나서

태국 등은 아직 제재 동참 안해

필리핀, 싱가포르 등 과거 북한 김정은 정권의 ‘외화 생명줄’로 여겨지던 동남아시아 주요국들이 최근 잇따라 북한과 교역을 단절하고 나서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행동에 적극적이지 않아 아프리카와 함께 김정은 정권의 숨은 사금고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이들 국가가 미국의 외교적인 압박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의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남아 국가들이 동참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려는 북한의 시도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는 내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의장국을 맡게 될 싱가포르가 북한과 교역을 중단한 사실이 알려지자(16일) 나온 미국 언론의 반응이다. 앞서 9월에는 올해 아세안 의장국이자, 북한의 3대 교역국인 필리핀이 북한과 교역을 중단한 바 있다.

지난 9월 유엔은 중국이 북한산 석탄수입을 중단하면서 북한이 동남아를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경고했으며, 동남아 국가들은 이같은 시선에 부담을 느껴왔다.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 재임 당시 무기금수 조치 해제로 급속하게 해빙무드가 조성된 베트남의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에 오른 자국 주재 외교관과 베트남 단천상업은행 대표를 내보낸 데 이어 최근 북한의 핵실험에 강도 높게 비난한 바 있다.

미얀마는 지난달 처음으로 유엔에 제재이행 보고서를 제출하는가 하면, 제재 대상 회사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받은 북한 외교관을 추방했다. 말레이시아 또한 지난 2월 쿠알라룸푸르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사건을 계기로 북한과의 경제ㆍ외교적 관계를 재검토하면서 대사관 철수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최근 12일간의 아시아 순방을 마친 뒤 “아시아ㆍ태평양 지도자들이 미국의 압력에 반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행정부 관리들도 “20개국 이상이 북한과 외교적 또는 경제적 관계를 끊고 있다. 최근 몇 주간 북한을 압박하는 국제사회의 캠페인이 결실을 거두고 있다”고 거들었다. 미국의 강력한 압박이 동남아 국가들의 입장을 돌려놨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북한의 주요 교역국 중 하나인 태국이 2009년 이후 유엔에 제재이행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여전히 김정은 정권의 생명줄은 동남아에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신문은 “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가 여전히 북한 압박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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