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2㎏ 베트남서 밀반입
홍차 봉지에 압축해 눈속임
검색 안 되는 ‘딥 웹’ 통해
비트코인으로 대금 거래
1억3,000만원 상당 판매
지난달 26일 베트남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신모(25)씨는 공항에서 대기 중이던 검찰에 붙잡혔다. 신씨의 배낭에는 금색 비닐로 포장된 홍차 제품이 있었다. 수사관들이 홍차 봉지를 뜯자 잘 압축된 대마 덩어리들이 툭 떨어졌다. 무게로는 877g이나 됐다. 검찰은 베트남 현지에서 대마를 밀반입한 신씨를 구속 수사하면서 대마 판매조직 소탕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검찰은 두 달여 전부터 마약 등 각종 불법거래 암시장인 ‘딥 웹(Deep Web)’을 감시하다가 대마 광고 게시 글을 눈여겨봤다. 딥 웹은 구글, 네이버 등의 일반 검색엔진으로는 검색되지 않고 특정 브라우저로만 접속할 수 있는 암호화된 인터넷 공간이다. 마약 판매일당이 대마 거래대금을 가상화폐 ‘비트코인’으로 챙긴다는 사실을 파악한 검찰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신씨를 범인으로 특정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다.
이후 검찰은 이달 1일 총책 최모(23)씨와 판매책 봉모(25)씨를 추가로 검거했다. 이들 일당이 주고 받은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지금 ‘고기 장사’가 대박이 났다.” ‘고기’는 마약사범들 사이에서 대마를 뜻하는 은어다.
검찰에 따르면, 총책 최씨는 경기 수원에서 중고차매매업을 운영하다가 딥 웹을 통한 마약 장사가 돈이 된다는 걸 알고 올해 7월부터 직원 3명과 친구 2명을 끌어들여 조직적 범행을 주도했다. 서울 강남의 오피스텔을 임차해 합숙까지 했다.
이들은 초기에는 국내 암시장에서 대마를 조달해 내다 팔았지만, 주문이 많아 물량이 부족해지자 최씨와 알고 지내던 김모(20)씨 등을 베트남 현지로 보내 대마를 대량 확보했다. 현지에서 대마가 마련되면, 배송책인 신씨가 건너가 대범하게 기내 수하물로 한국으로 가져오는 식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홍차엽과 함께 대마를 넣어 밀봉 포장한 상태로 반입해 베트남 출국심사대 등에서 적발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씨는 검거 2주 전에도 이런 식으로 대마 400g을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포함해 일당들은 올해 8월부터 10월까지 대마 1.1㎏(시가 1억3,000여만원)을 판매했다. 신씨 검거 당시 압수한 양을 합치면 총 마약량은 2㎏에 달했다. 한번에 4,000명이 흡연할 수 있는 양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박재억)는 최씨 등 3명을 마약류관리법상 영리목적 대마밀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은 국내에서 잠적한 이모(22)씨를 추적하고 있으며, 베트남에 도피 중인 공급책 김씨와 이모(24)씨에 대해선 여권을 무효화하고 국제공조를 통한 검거ㆍ송환을 추진하고 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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