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잠수함에서 사흘 만에 날아온 조난 신호.’
18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해군은 정체불명의 위성 신호를 감지했다. 오전 10시 50분쯤부터 약 5시간 사이 일곱 차례나 반복된 신호는 아무런 메시지도 담지 않은 채 짧게는 4초, 길게는 36초간 이어졌다. 미스터리한 상황임에도 교신담당자는 금세 희망의 신호라는 것을 알아챘다. 사흘 전인 15일 종적을 감춘 잠수함 ARA 산후안호가 보내는 조난 신호이자, 산후안 내 44명의 승조원이 아직 생존해 있다는 증거였다.
마치 재난영화의 오프닝 장면 같은 이 일이 실제 아르헨티나 앞바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산후안호가 아르헨티나 최남단 기지 우수아이아에서 중부 해안의 마르 델 플라타 기지로 향하던 중 돌연 교신이 끊긴 지도 70여시간. 하지만 이날 아르헨티나 국방부는 “승조원들이 다시 교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육안이나 레이더로 선체 위치를 찾을 수 없다“던 좌절도 “신호 송신 위치를 추적 중”이라는 희망 섞인 발표로 바뀌었다.
위성 신호가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산후안호 수색 작전은 답보 상태였다. 해군은 16일부터 마지막 교신이 이뤄진 중부 발데스반도에서 430㎞ 떨어진 해역을 중심으로 항공기, 구축함 등을 투입해 수색에 나섰다. 미국, 브라질, 칠레, 페루뿐 아니라 아르헨티나와 포클랜드제도를 두고 영유권 분쟁 중인 영국 정부도 수색기를 보내 힘을 보탰으나, 파고가 10m에 달하는 등 여건 악화로 선체가 포착되지 않았다. 해군은 “모든 가설을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수색 구역 80%의 해상에서 산후안호가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침몰 가능성을 고려해 수중 탐색에 우선 순위를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후안호가 실종된 이유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산후안호는 당시 항해 엿새째였으며 일상적인 작전을 수행 중이었다고 군측은 밝혔다. 현지 언론은 산후안호가 전기 장치 고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잠수함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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