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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샀다는 사람 못 봤는데… 광고 왜 그리 열심히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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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샀다는 사람 못 봤는데… 광고 왜 그리 열심히 할까요

입력
2017.11.19 11: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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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도시 지을 때는 건설사에 대량 ‘특판’

요즘 수요는 80%가 쓰던 제품 교체

가정과 직거래 시장구조 자리 잡는 중

유명 연예인 출연시켜 공격적 마케팅

#2

동네 설비업체도 소비자 인식 무시 못해

“리베이트 등 관행 점차 투명해져”

“콘덴싱이 옳았다.”(경동나비엔), “보일러는 역시~.”(귀뚜라미)

올해 겨울에도 보일러 업체들의 뜨거운 광고 대전이 어김없이 펼쳐지고 있다. 보일러 제조사들은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이 오면 톱스타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신문, TV, 인터넷 등 각종 매체를 활용해 자사 보일러의 우수성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19일 귀뚜라미의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보면 귀뚜라미의 광고 선전비는 2015년 82억원에서 지난해 111억원으로 35% 증가했다. 경동나비엔의 지난해 광고선전비는 귀뚜라미보다 40억원 많은 153억원에 달했다.

보일러 업계 관계자는 “주요 보일러사의 매출대비 광고비 지출 비율은 5% 안팎으로 유통ㆍ소비재 업체 등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은 아니다”라며 “특히 보일러 광고가 겨울이라는 한 시즌에 집중되다 보니 광고 노출 효과가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화점이나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보일러를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보일러 회사들의 광고 경쟁을 잘 이해하기 힘들다 반응도 적지 않다. 직장인 박 모(38)씨는 “광고를 보고 보일러를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집에 있는 보일러가 고장 나지 않아 몇 년 후에나 가능할 거 같다”며 “애초에 집을 살 때 보일러가 이미 설치돼 있어 내가 직접 살 기회는 별로 없는데 보일러 광고를 저렇게 많이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보일러 회사들이 광고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보일러 시장 구조 변화와 관련이 깊다. 과거 주요 보일러사의 판매 물량의 70~80% 정도는 건설업체나 시공업체가 대량으로 구입하는 이른바 ‘특판’(특별판매) 물량이었다. 소비자가 마음에 드는 보일러를 보고 직접 살 수 있는 B2C(기업대 소비자)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보일러 교체 판매 물량이 점차 증가하면서 보일러 업체들의 광고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 집을 살 때와 다르게 수명을 다한 보일러를 교체할 때는 소비자가 보일러를 직접 고를 수 있어서다.

한 보일러사 관계자는 “과거 신도시가 개발되고 아파트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날 때는 특판 물량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이제는 교체 수요가 80% 정도로 보일러 판매 시장 구조가 바뀌었다”며 “교체 판매 수요가 늘어갈수록 광고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보일러 소매 판매 시장의 큰손인 지역 설비업체로부터 보일러 선택권을 소비자가 되찾도록 하기 위한 것도 보일러 제조사들이 공격적인 광고에 나서는 이유다. 교체 수요가 늘어나도 여전히 동네 설비업체들의 권유가 소비자들의 보일러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보일러 제조사들은 소비자가 설비업체와 상의할 때 보다 친숙한 보일러를 고르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다.

다른 보일러사 관계자는 “과거 보일러 판매를 위해 지역 설비 업체들에 리베이트를 줘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보일러 광고가 일반화하면서부터 소비자가 직접 보일러를 고르는 경우가 크게 늘어 판매 시장 구조가 더 투명해졌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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