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가 연예계 인사, 정치인 등의 잇단 성추문으로 들끓는 가운데, 주지사 출마의 뜻을 밝힌 주 대법관이 ‘이성애자 남성’을 옹호하겠다면서 자신의 과거 성 경험담을 자랑스레 떠벌렸다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내년도 오하이오주 주지사 출마를 선언한 윌리엄 오닐 오하이오주 대법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앨 프랭컨(미네소타) 민주당 상원의원을 언급하면서 “이성애자 남성을 대신해서 말할 때가 왔다고 본다”고 운을 뗐다. 11년 전 성추행이 최근 폭로돼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고 있는 프랭컨 의원을 구하고자 총대를 메고 ‘할 말은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오닐 대법관은 “지난 50년간 나는 대략 50명의 매력적인 여성들과 성적으로 친밀한 사이였다”면서 과거 ‘무용담’을 풀어놓았다. 그는 “첫사랑은 멋진 금발 여성이었고, 우리는 헛간 다락에서 격정적으로 사랑을 나눴다”고 밝혔다. 이어 “수십 년 전에 일어난 성적 과오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에 몹시 실망했다”면서 “이제 마리화나 합법화와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와 싸우는 주립병원에 대한 논의로 되돌아가도 되겠느냐”고 했다.
오닐 대법관의 이 글은 로스앤젤레스 KABC 라디오방송 진행자인 리앤 트위든을 11년 전 성추행 사실이 드러나 위기에 처한 프랭큰 의원의 편을 들어주고 쓴 것으로 보인다. 당시 유명 개그맨이었던 프랭컨은 자신과 함께 중동 일대에서 해외 미군 위문공연을 하던 트위든에게 강제로 키스를 하고, 비행기 안에서 잠든 트위든의 가슴에 손을 올리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결국 오닐 대법관의 글은 프랭컨의 이 같은 행동을 ‘이성애자 남성이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실수’ 정도로만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의원들을 비롯, 정치권에선 ‘완전히 어리석은 글’이라는 반응과 함께 오닐의 대법관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오하이오주 대법원장 모린 오코너는 WP에 “내가 받은 충격은 표현 못할 정도”라며”여성에 대한 이런 잘못된 글은 사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뒤흔들어 놓았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하이오주 민주당 의장 데이비드 페퍼는 트위터에 “끔찍하다”며 “남성은 여성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게 중요한데, 오닐의 글은 이런 (성추행ㆍ폭행에 대한) 논의를 하찮게 만들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오닐의 선거캠프 대변인이었던 크리스 클레벤저도 “충격적이고 잘못된 글”이라며 선거캠프에서 그만둘 뜻을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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