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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배낭, 비싼 외제 필요 없어… 마트서 하나씩 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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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배낭, 비싼 외제 필요 없어… 마트서 하나씩 준비를”

입력
2018.02.1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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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엽 생존21-도시재난연구소 소장은 "생존배낭은 구명조끼의 개념, 즉 최소한의 안전장치 일 뿐"이라면서도 "하지만 이것조차 없다면 우리는 이어질 삶이라는 구명정에 올라탈 기회조차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우승엽 생존21-도시재난연구소 소장은 "생존배낭은 구명조끼의 개념, 즉 최소한의 안전장치 일 뿐"이라면서도 "하지만 이것조차 없다면 우리는 이어질 삶이라는 구명정에 올라탈 기회조차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특전사 복무 때 강릉 무장공비 작전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대구 지하철 화재참사 등을 지켜보면서, 이런 재난 상황에서 ‘과연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었죠.

최소한의 지식과 대비가 필요한데 알려주는 곳도, 정리된 자료도 없어 직접 연구에 나선 게 시작이에요.”

우승엽(44) 생존21-도시재난연구소 소장은 특전사 제대 후 평범한 회사원으로 지내다, 전업으로 실전 생존법을 연구하고 나선 도시재난 생존 전문가다. 국내에는 낯선 생존배낭 개념을 7,8년부터 알렸고, 몇 해 전에는 이 같은 노하우를 토대로 ‘재난시대 생존법, 도심형 재난에서 내 가족 지켜내기’(들녘) 등 안내서를 펴냈다. 7년 전 개설해 그가 운영하는 ‘생존21-도시재난안전포럼’ 카페(cafe.daum.net/push21)에서는 1만 9,000명의 회원들이 생활 밀착형 생존주의 전략 등 정보를 주고 받는다.

-국민들 대비가 안일한 수준인가.

“불감증에 가깝다. 막연히 안전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난해 전까지만 해도 지진 관련 자료나 대처법을 공유하면 시큰둥한 반응이 있었다. 전쟁 대비도 마찬가지다. 나쁜 일을 말로 하면 실현된다는 식의, 즉 ‘뱀 나오니 휘파람 불지 말라’는 태도가 적지 않고, 객관적 사실을 말해도 왜 위기와 공포를 조성하냐고 기분 나빠하고 심지어 화를 낸다. 선거철에 으레 오는 북풍이 또 왔나 보다 하는 식으로 보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준비가 필요한 것 같다. 조금이라도 대처법, 비상품 등을 준비한 분들은 ‘나는 어느 정도 방법도 알고 준비도 됐으니까’라는 식의 자신감으로 그다지 휘둘리지 않는다.”

-생존배낭은 어떻게 싸야 이상적인가.

“처음 관심이 생긴 분들은 대개 한 번에 갖춰진 패키지나 비싼 외제품을 사고 싶어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다 필요 없다. 불필요하게 고급형이거나 비상식량이 입에 안 맞는다. 20년간 보관 가능한 비싼 외제 비상식량도 필요 없다. 참치 캔 유통기한이 기본 7년이고 단백질 원이라 식량으로 좋다. 근처 마트나 1,000원 숍에서 꼭 필요한 목록들을 차근차근 준비하면 된다. 싼 배낭 하나에 식수, 사탕, 참치캔, 손전등, 주머니칼, 라디오 등을 챙기면 된다. 일본에서는 지방자치단체나 학교에서도 생존배낭 싸는 법을 알려준다. 국내에도 과거보단 정보가 많이 늘었다.”

-기타 비상식량으로 좋은 것은.

“배낭에는 포도당캔디 등 사탕, 초콜릿류를 넣어두는 것이 편하고, 배낭 외에 가정에 갖춰두는 비상식량으로는 시리얼, 즉석 분말 스프, 전지분유(가루우유), 즉석 식품, 건빵, 참치캔, 국수 등이 있다. 쌀은 2ℓ 페트병에 3병만 보관해도 한 사람이 열흘 먹을 수 있다. 흔히 라면을 떠올리지만, 유통기한이 짧고 조리가 필요한 라면은 그다지 좋은 비상식량이 아니다. 면을 보관하겠다면 차라리 마른국수를 페트병에 담아 두는 것이 좋다. 유통기한도 훨씬 길고 미지근한 물에 불리면 먹을 만하다.”

우 소장이 꾸린 기본형 생존배낭. 배낭, 침낭, 모자, 부직포수건, 비상식량, 초코과자, 건빵, 비상약, 생수, 야광봉, 조명탄, 라이터, 세명도구, 보조배터리, 나침반, 호루라기, 미니라디오, 손전등, 다용도칼, 비누, 응급보온포 등이 있다. 생존21-도시재난연구소 제공
우 소장이 꾸린 기본형 생존배낭. 배낭, 침낭, 모자, 부직포수건, 비상식량, 초코과자, 건빵, 비상약, 생수, 야광봉, 조명탄, 라이터, 세명도구, 보조배터리, 나침반, 호루라기, 미니라디오, 손전등, 다용도칼, 비누, 응급보온포 등이 있다. 생존21-도시재난연구소 제공

-평소 가정용, 직장용, 차량용 배낭을 따로 두라고 조언하던데.

“대부분 출근해서 일터에서 생활하기 때문이다. 일본 대지진 때도 도쿄는 진원지에서 떨어져 있었지만 전기가 끊겨서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신호등이 꺼지니 난리가 났다. 차도 안 다니고 집까지 가야 하는데 딱딱한 구두를 신고 계단을 내려와 몇 시간씩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된 거다. 약식으로 구비한 생존배낭과 운동화를 두면 적어도 집까지 물이나 열량 부족 없이 갈 수는 있다.”

-시민들이 주로 하는 계획 중 비현실적이거나 불필요한 것이 있다면.

“해외나 산으로 가겠다는 계획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큰 재난이 터지면 (핵 폭발이 아닌 이상) 길에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엉망이 된 도로에 가족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면 아수라장이 돼 멀리 떠난다는 일 자체가 불가능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평소 강조하는 것이 가능하면 집에서 문 닫고 버티라는 것이다. 요즘 건물 튼튼하다. 일반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이다. 그래서 식량, 물을 갖추고 집 안에 있던 물을 정수할 수 있는 수단 등을 알아둬야 한다.”

-알아둬야 할 정수 방법이 있을까.

“미국연방재난관리청이 공지하는 정수 방법 중 오래된 물을 페트병에 넣고 햇빛에 8시간을 두면 자외선에 살균이 되고, 오염된 물 1리터에 락스 4방울 떨어뜨리고 30분 기다리면 살균이 돼서 마실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국내에선 락스에 대한 거부감이 커서 권고하지는 않는다. 또 정전으로 집안 내의 정수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정수기 필터만 빼서 고무장갑과 연결해 집 안에 있던 물을 부어 쓰면 정수가 된다. 영화에서처럼 소변을 마시는 건 설사 위험이 있다.”

-기타 유용한 생존 기술은.

“생존가방을 준비해두고, 대피소를 확인해두고, 연락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웬만한 재난 상황에서 두루 쓸모가 있다. 그 외 태풍이 올 경우 망사테이프 등을 유리창에 붙여 유리 파손을 막는 등의 각종 자연재해 대처 방법을 찾아 익혀두면 좋다.”

-개인 은신처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도 은신처는 크게 신경 안 쓴다. 일단 완벽한 은신처는 없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그 공간에 너무 매달리면 떠나야 하거나 못 오게 될 때 더 비참해진다. 큰 돈을 들여 은신처를 만들기 보다 관련 지식, 기술을 알아두는 게 유용하다는 생각이다.”

-가장 중요한 자세는.

“생존의지다. 이것저것 사들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물품만 그럴 듯하지 생존의지도 없는 분들이 있다. 자기 기준이 없고 아는 게 없을수록 엉뚱한 정보에 휩쓸릴 수 있다. 카페 회원인 한 경영대 교수님은 유일한 취미가 생존기술 공부다. 비상식량이나 도구 등을 재미로 사 모으고, 위기 대처법을 꾸준히 공부한다. 무겁고 심각하게 여기며 정작 대비는 안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취미 삼아서라도 정보를 익혀두는 게 훨씬 낫다. 재난이 닥쳐도 삶은 계속된다.”

글ㆍ사진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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