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최초 봅슬레이 팀이 사상 최초로 동계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17일(한국시간)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 등 외신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여자 봅슬레이 대표팀의 파일럿 세운 아디군(30), 브레이커 은고지 오누메레(25)ㆍ아쿠오마 오메오가(24)는 전날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북아메리카컵 대회에 출전, 2018 평창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아디군은 오누메레와 짝을 이뤄 출전한 2인승 경기에서 2분00초34로 결승선을 통과해 1위 미국팀에 5초48이나 뒤진 13위에 그쳤지만 평창행 티켓을 얻는데 성공했다. 여자 봅슬레이에서는 국제대회에서 5번 완주하면 올림픽 출전권을 준다.
아프리카 최초로 봅슬레이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이들은 원래 육상선수였다. 아디군은 나이지리아 국가대표 허들선수로 활약하며 수 차례 메달을 거머쥐었고 2012년 런던 올림픽 100m 허들 경기에 출전하기도 했다. 이후 육상선수에서 은퇴했던 아디군은 지난해 별안간 “운동선수의 본능이 되살아났다”며 봅슬레이에 뛰어들었다.
아디군은 봅슬레이 팀의 리더 역할인 파일럿을 자임했고 역시 육상선수 출신인 오누메레와 아쿠오마를 브레이커로 영입했다. 아프리카연합(AU)이 주최하는 아프리칸게임에서 두 개의 메달을 딴 오누메레는 “당시 봅슬레이가 뭔지도 모른 채 아디군만 믿고 합류했다”고 말했다.
봅슬레이는 장비도 고가이고 훈련비도 비싸다. 1억 원을 훌쩍 넘기는 썰매 가격 때문에 ‘얼음 위의 F1’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이들은 얼음 위에서 훈련을 할 여건이 안 돼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훈련을 했지만 따뜻한 날씨 때문에 눈 대신 인공 트랙이나 잔디를 이용해야 했다. 직접 제작한 나무썰매를 이용해 훈련을 했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땐 대신 근육 훈련에 매진했다.
이들은 평창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장비구입 및 훈련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크라우드펀딩 웹사이트 ‘고펀드미’에 사연을 올리고 15만 달러를 목표로 모금을 하기도 했다. 이 페이지를 발견한 비자카드는 이들의 동계올림픽 출전을 위한 여정을 돕겠다고 나섰고 결국 꿈을 이뤄냈다.
이들은 1988년 캐나다 캘거리 동계올림픽 봅슬레이에 출전했던 자메이카 선수들과 닮았다. 당시 자메이카 선수들은 자비로 캐나다 캘거리까지 가 훈련을 하고 올림픽 무대에 섰다. 4인조는 실격했고 2인조는 30위에 머물렀지만 전 세계는 감동적인 도전에 박수를 보냈다. 자메이카 선수들의 얘기는 영화 ‘쿨러닝’으로도 만들어졌다.
평창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룬 아디군은 “나이지리아 스포츠 역사에서 큰 이정표”라며 “아프리카를 대표해 동계올림픽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감격해 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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