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환경운동연합 등 4개 단체 기자회견
15일 발생한 경북 포항지진으로 포항지역 초ㆍ중ㆍ고교생들이 1급 발암물질인 석면에 노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포항환경운동연합과 환경보건시민센터,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는 17일 오후 3시 포항환경운동연합 2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진으로 시설물이 파손된 포항지역 학교에서 석면 덩어리가 발견됐다”며 “당장 정화작업을 벌이고 부득이할 경우 휴교를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항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지진 피해가 큰 포항 항구초등학교를 살펴본 결과 2층 보건교육실, 4층 강당 등에 석면 천장재가 틀어지거나 탈락돼 있었다. 각 교실 바닥에도 석면조각이 가득했다. 포항 흥해중학교는 4층 국어과ㆍ사회과 미디어실과 2학년 회의실 등에 석면 천장재가 떨어져 교육기자재와 엉켜 있었다.
포항환경운동연합 등이 천장에서 떨어진 시료를 채취해 조사한 결과 항구초등학교는 백석면이 3~4% 검출됐고 흥해중학교는 4~5%가 나왔다.
포항환경운동연합 등은 교육당국의 석면 제거 방식에도 우려를 제기했다. 석면은 방진복, 방진마스크 등을 착용한 작업자가 습식방식으로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포항 학교들은 교직원이 안전장구를 전혀 갖추지 않고 빗자루로 교실바닥을 쓸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항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잘못된 방식으로 석면을 치우면 오히려 석면 먼지가 공기 중으로 날아 흩어져 오염이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포항환경운동연합 등은 오는 20일 휴교령이 해제돼 학생들이 등교할 때까지 철저한 석면 정화를 요구했다. 또 등교 전 끝나지 못할 때는 휴교 연장을 촉구했다.
포항환경운동연합 정침귀 사무국장은 “올 겨울 방학 때 각 학교 내 석면 천장재를 모두 비석면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면은 불에 타지 않고 단열효과가 있어 건축물의 내화재와 내장재, 자동차 브레이크 마찰재, 석면방직제품 등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흡입 시 폐암 등의 치명적인 폐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져 지난 1980년 북유럽을 시작으로 사용이 금지됐다. 한국은 지난 2007년부터 석면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했고 지난 2009년 전면 금지했으나 이전 건축물에 남아 문제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경북에는 올 6월말 현재 1,685개 학교 중 1,244곳(73.8%)에 석면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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